매거진 수상록

칭찬받고 싶어요

관심종자가 되지 않는 법

by 유병천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고 헤겔이 말하지 않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칭찬받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글쓰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를 찾아보면 어릴 적에 받았던 선생님의 칭찬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 억지로 칭찬받으려고 했을 때 칭찬받았던 적은 거의 없다. 아마도 내가 칭찬받기 위해 의도적으로 하는 행위임을 상대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노하거나 미워하거나 하는 일은 정의의 의무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한 감정은 오직 이성만으로는 충분히 그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만 도움을 줄 뿐이다.
-몽테뉴(수상록)

가까운 사이가 아니거나,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닌 경우에는 의도를 가지고 잘 보이려는 행위가 통할 때도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보여줘야 할 경우가 그렇다. 그런 경우엔 서로의 목적을 알고 있는 경우라고도 말할 수 있다. 제안발표 자리, 작품 발표회, 장기자랑, 면접 자리 등은 준비한 것을 짧은 시간에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잘 보이고 싶은 의도를 감출 이유가 없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가까운 사이나 자주 보는 관계에서 의도적으로 잘 보이려고 하는 행위는 쉽게 드러난다. 학창 시절 학기초에만 반짝 잘하는 척하거나, 사회에서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만 잘하려고 하는 사람을 자주 봤다. 신데렐라나 콩쥐처럼 주목받지 못하던 사람이 나중에 주목받는 것과는 반대로 처음엔 주목받다가 나중에는 찬밥 신세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그렇다.


칭찬에 굶주린 사람이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려는 행위를 할 때도 있다. 전장에 나가서 자신의 임무를 묵묵하게 수행하는 사람이 있고 작은 성과를 부풀려 자랑하려는 사람이 있다. 군생활을 할 때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직속상관의 성향 파악에 신경 쓰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그는 내 앞에서는 군인의 본분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행동했다. 직속상관이 마당에 떨어진 낙엽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후 나와 몇 명의 병사는 공관에 가서 낙엽을 치워야 했다. 그가 직속상관에게 칭찬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다. 그의 직속상관이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자신의 임무를 충실히 하지 않고 낙엽을 잘 치웠다고 칭찬하진 않았을 것이다.


본질에 충실하지 않고 주변 것에 신경 쓰며 칭찬받으려고 하는 사람을 의외로 자주 보게 된다. 본연의 업무와 관계없는 일로 칭찬받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칭찬이라면 종류를 불문하고 좋은 것일까? 칭찬이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도 있다. 별 거 아닌 일에 자주 칭찬을 하면 정말 잘하는 줄 알고 우쭐해지는 경우가 그렇다.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아네.'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본연의 일에 소홀하고 주변의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본연의 일을 잘하는 사람을 시기하고 질투하게 된다. 잘 보이려는 마음이 강한 경우 '관심종자(關心種子)'의 성향이 발현되기도 한다. '관심종자'란, 지나친 행동이나 특이한 행동으로 관심을 받으려는 사람을 지칭한다. 줄여서 '관종'이라고도 하는데, 본연의 일보다 다른 일로 주목받으려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면 생각나는 단어이기도 하다.


물론 누군가를 만족시켜 칭찬을 받으려면 상대의 의도를 잘 알아야 한다. 다리가 가려운 사람에게 아무리 팔을 많이 긁어줘도 시원 할리 없다. 가려운 다리는 계속 가려운 상태인데 팔을 계속 긁으며 시원하냐고 묻는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람의 속은 알 수 없다. 변화무쌍한 사람의 마음을 만족시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의도를 가지고 사람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하면 어려움에 빠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욕심을 품고 단발적인 칭찬을 받는 것보다 자신의 위치에서 본연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오랫동안 칭찬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질서와 절제와 불변성,
이 세 가지를 제외하면 무슨 일이든 결점 투성이인 인간일지라도 안 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 몽테뉴(수상록)

한 분야를 깊이 판 다음 다른 분야를 공부하면 융합을 발견할 수 있지만, 어설프게 이것저것 하다 보면 이것도 저것도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수박 겉핥기라는 속담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다이아몬드나 황금의 높은 가치는 변하지 않음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보석 같은 사람이란 처음에만 반짝이는 사람이 아니라 꾸준히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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