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상록

예측 불가능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걱정으로 사라지는 시간

by 유병천

일어나지 않을 일에 마음을 쓰다가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1년 후, 6개월 후, 3개월 후, 1개월 후를 계획한다고 해도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당장 내일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일어나지 않을 일로 걱정하며 보내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술을 많이 마시고 운동을 하지 않으면 건강이 나빠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며 술을 마시고 운동을 안 한다. 당연히 일어날 일(건강이 나빠지는 일)은 걱정하지 않고 방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건을 살 때 자신이 고른 물건보다 '더 싸고 좋은 것이 있으면 어쩌지?' 연애를 할 때 '더 매력적인 사람을 만날 기회를 놓치면 어쩌지?' 취업을 할 때 '더 좋은 회사에 못 가면 어쩌지?'라는 상상을 할 수 있다. '사람의 미래'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속성은 '예측 불가능'이다. 정상 작동하는 시계의 초침이 한 칸 움직일 것이라는 정도를 예측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실존주의 철학에서 인간의 본질은 불안이라고 말한다. 불안의 원인이 '예측 불가능한 미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불안에 사로잡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사람과 헤어지면 어떻게 하지? 회사에서 잘리면 어떻게 하지? 이런 미래에 관한 상상에 매몰되어 현재를 충실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현재에 충실할 수 없기 때문에 만족적인 삶을 살 수가 없다. 그러다 연인과 헤어지거나 회사에서 잘리고 나면 상상이 맞았다고 말한다. 현재에 충실하지 못했음을 인식하지 못한 채 말이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불안의 관점이 아닌 호기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 '다음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좀 더 흥미로운 일이 생기진 않을까?' '로또에 당첨되면 뭘 할까?' 물론 긍정적인 상상을 한다고 해서 현재에 충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뜬구름만 잡으며 허송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 어릴 적엔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좋은 집에서 살며 근사한 차를 타고 다니게 될 줄 알았다. 그게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되는 일이 아니란 것을 깨닫는 데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의외로 긍정적인 상상을 포기하는 것은 빠르고 쉽다.


어떤 일에 대한 결과는 그 과정의 합이다. 의도와 다른 결과가 나오기도 하는데, 그 이유는 과정이 의도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갈림길을 만났을 때 선택에 의해 방향이 틀어진다. 그걸 인식할 수도 인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분홍빛 상상만 하며 의미 없이 보낸 하루하루가 쌓이면 얼마만큼의 시간일까. 세월이 흐른 후에 그 시간을 돌아보며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인간은 불안한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게 자신이 정의 내린 자신의 모습에 갇혀 사는 경우도 있다. 예측 불가능한 미래로 인해 불안한 인간의 모습은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자신이 설정한 세계에서 한 걸음도 나가려고 하지 않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많은 이들이 오늘(Today) 혹은 현재(Present)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과거의 경험에 속박되거나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기 전에 자신이 있는 곳에서 꽃을 피워내야 한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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