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오랜만에 내리는 비는 닷새째 그칠 줄 몰랐다. 공원에 사람의 발길도 끊어졌다. 줄기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두줄이는 빨리 비가 그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벌써 며칠째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었다. 살이 많던 두줄이도 점점 말라가고 있었다. 매일 아침 과자를 던져주던 노인도 없었고, 뛰어놀다가 모이를 던져주던 아이들도 없었다. 세차게 내린 비로 인하여 자연스레 생긴 물줄기만 공원 사이사이로 흐를 뿐이었다. 너무 배가 고픈 두줄이는 빗줄기가 가늘어지기를 기다렸다. 공원을 한 바퀴 둘러봤지만, 먹을거리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흙 사이로 지렁이가 기어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두줄이는 지렁이를 잡지 않았다. 한줄이에게 지렁이를 잡아다 주면 뭐라고 할까? 과자를 먹다가 우연히 본 지렁이에 깜짝 놀랐던 한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줄이는 다시 한줄이에게 돌아가서 말했다.
“한 바퀴 돌아봤지만 먹을 게 없어. 지난번 우리에게 모이를 주던 상가 앞으로 가보자.”
“거긴 차도 많이 다니고, 위험하지 않아?”
“그래도 공원엔 먹을 게 없는걸. 배고파 죽을 것 같으니 일단 가보자.”
망설이는 한줄이를 설득해서 두줄이는 상가가 모여 있는 곳으로 갔다. 상가 앞도 비가 많이 내려서 먹을 게 없긴 마찬가지였다. 도로에 고인 물을 자동차가 밟고 지나갈 때마다 인도로 많은 물이 튀어 올라왔다. 두줄이는 기억을 더듬어 지난번에 모이를 주던 상가를 찾았다. 상가 앞에는 이미 다른 비둘기 한 마리가 기웃거리고 있었다. 털은 매연이 섞인 빗물에 젖어 있었고, 날개의 털도 듬성듬성 빠져있었다. 삐쩍 마른 모습이 열흘은 굶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날기는커녕 걷기도 힘겨워 보이는 그런 비둘기였다. 두줄이와 한줄이는 그에 비하면 제법 몸집이 커 보였다. 상가 앞에 세 마리의 비둘기가 서성거리자 이윽고 문이 열렸다.
“어머! 비가 와서 너희들이 먹을 게 없나 보구나.”
상가에서 나온 여자가 말했다. 여자는 손에 과자를 들고 와서 잘게 부쉈다. 상가 현관은 그나마 비에 많이 젖지 않은 상태였다. 그곳에 과자를 뿌리니 세 마리의 비둘기는 정신없이 과자를 쪼며 먹었다. 여자는 정신없이 먹는 비둘기 모습이 재미있는지 과자를 상가 안쪽으로 뿌렸다. 상가 안쪽은 바깥과 달리 따뜻했다. 상가 안에서 먹는 과자는 정말 꿀맛이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을 만큼 달콤한 맛이었다. 두줄이와 한줄이가 모처럼 만찬을 즐기는 기분이었다. 그때 볼품없이 생긴 비둘기가 과자를 먹으려고 달려들었다. 두줄이는 갑자기 달려든 녀석을 부리로 쪼았다. 한줄이와의 만찬에 녀석을 끼워주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볼품없이 생긴 비둘기는 현관 쪽으로 쭈뼛거리며 서성였다. 그러다 다시 두줄이 쪽으로 다가갔다. 두줄이 옆으로 튄 과자를 쪼려고 할 때 두줄이의 부리가 잽싸게 채갔다. 두줄이는 다시 한번 볼품없이 생긴 비둘기를 세차게 쪼았다. 그러자 그 비둘기는 더는 과자 옆으로 오지 않고 현관 밖으로 터벅터벅 걸어 나갔다. 오랜만에 배불리 모이를 먹은 두줄이와 한줄이는 그제야 상가 안을 볼 수 있었다. 과자를 준 여자 말고도 남자 한 명이 모이를 쪼는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자, 다 먹었으면 이제 나가라!”
여자가 팔을 휘저으며 말했다. 두줄이와 한줄이도 여자의 팔짓에 따라 현관 밖으로 나갔다. 만족스럽게 먹은 두줄이가 한줄이에게 말했다.
“사람은 우리에게 먹을 것을 주는 고마운 존재야.”
두줄이와 한줄이는 땅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두 마리의 비둘기가 날아가는 모습을 배고픈 비둘기가 부러운 듯 쳐다보고 있었다. 배부른 두 마리의 비둘기에게 볼품없이 생긴 비둘기는 신경 쓸 대상조차 되지 못했다. 개천에는 많은 비로 인하여 물이 차올랐다. 평소보다 다섯 배는 많아 보였다. 물살도 거칠고 빠르게 흘렀다. 평소 보이던 물고기의 모습도 흙탕물로 변해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두줄이와 한줄이는 개천을 지나서 고가도로 아래로 들어갔다.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로 되어있는 고가도로는 정말 튼튼한 두줄이와 한줄이의 보금자리였다. 고가도로 밑에서 두줄이와 한줄이는 비가 그치고 다시 맑은 날씨가 되길 기다렸다. 매일 아침 노인이 던져주는 과자도 먹고 싶었고, 다른 비둘기들과 뛰면서 놀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