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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Jan 17. 2021

근육 적금 드세요

방법을 알고 하는 것

2020년, 코로나 19(COVID19)가 바꾼 일상이 더는 낯설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것이 당연하게 되었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이상하게 바라본다. 평소 탁구를 즐겨 쳤지만, 탁구장에 가는 것도 눈치를 봐야 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운동량이 줄어들면서 생기는 현상은 체중의 증가와 근육량의 감소였다. 실내 운동이 어려워지면서 다른 대안을 찾아야 했다. 친한 동생이면서 치과 주치의이기도 한 이종민 원장을 만나 식사하며 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난 코로나 19 이후에 거의 운동을 하지 못한다는 하소연을 했다. 그가 제안한 운동은 '철봉'이었다. 일단 공원이나 야외이고 특별한 도구가 필요 없으며 마스크를 착용하고도 할 수 있는 운동이란 설명이었다.


고등학교 때 체력장을 마지막으로 철봉에 매달려본 적이 거의 없었다. 몇 년에 한 번 지나가다 철봉이 있으면 3~4개 정도 턱걸이를 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 '철봉'이란 단어가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마음속에서는 과연 내가 철봉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 게 사실이었다. 그런 마음이 내 눈빛에 드러나기라도 한 걸까. 동생은 일단 나와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점심 식사 후 찾은 어린이 공원의 철봉에는 이미 여러 사람이 철봉에 매달려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눈에 운동을 정말 많이 한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남자도 있었다. 시험 삼아 턱걸이를 해봤다. 온 힘을 다해서 다섯 개를 하고 내려왔다. 철봉으로 운동하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에게 꽂혀있다는 것은 뒤통수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운동하던 사람들은 돌아가며 철봉에 매달려서 턱걸이를 했다. 한 바퀴가 돌았을 때 시선이 나를 향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용기를 내서 다시 철봉에 매달렸지만, 더는 턱걸이를 할 수 없었다. 그곳에서 오랫동안 철봉운동을 한 사람들은 당연한 결과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동생이 소개해준 공원의 관장님이라고 불리는 남성에게 기본 운동법을 배웠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정확하게 자세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매일 '그대로만 하면 된다'고도 말했다. 주문에 걸린 사람처럼 난 외근이 없는 날이면 매일 점심 후에 공원에 나가서 '그대로 했다'. 발을 땅에 붙이고 낮은 철봉에서 기본기를 익혔다. 자세가 잘못되면 관장님이나 동생이 바로 교정해주었다. 그렇게 기본 동작을 익히는 데에 20일이 걸렸다. 주말이면 동네 공원이나 산에 있는 철봉을 찾아 나섰다. 기본 동작을 익힐 땐 동네에서도 발을 땅에 붙이고 자세 연습을 했다. 신기하게도 10년을 지나다니던 길 옆에 철봉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관심을 가져야 보인다.

21일 차가 되는 날 철봉에 올라가 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공원을 찾은 날이 생각났지만, 용기를 내서 철봉에 매달렸다. 발을 붙이고 하던 동작을 철봉에 매달려서 힘을 줬다. 놀랍게도 자연스럽게 턱걸이가 되는 것이 아닌가! 3개를 하고 내려오자 함께 철봉으로 운동하는 사람들이 박수를 쳐줬다.


운동도 정확히 알고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혹은 흥미를 느낀 이후 조금 즐기다가 제대로 배우는 방법도 있다. 배움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잘못된 자세로 운동을 하면 자세가 망가지거나 다칠 수도 있다. 그리고 원하는 운동 후 결과를 얻을 수도 없다. 코로나 19 이후 '확찐자'라는 유행어가 생길 정도로 운동부족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또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돈을 모으는 적금도 좋지만, 근육을 모으는 근육 적금도 들어야 하지 않을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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