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하여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살면서 행복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얼마나 만났을까? 행복은 사람마다 다르게 정의한다. 그래서 타인의 행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왜 저런 거에 행복하지?‘ 이런 의문을 가져본 사람이라면 무슨 이야기인지 알 것이다.
행복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어떤 조건이 붙어서일지도 모른다. 돈이 많으면, 해외여행을 가면, 친구가 생기면, 명문대에 가면 등 행복의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많다. 조건이 충족되면 정말 행복할까? 그 행복은 얼마나 지속될까? 일생동안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텐데 행복에 관해서 너무 무지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행복 (幸福)
1 복된 좋은 운수.
2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어 흐뭇함. 또는 그러한 상태.
(표준국어대사전)
행복이 감정의 상태라고 하면 지속적일 수 없다. 어떤 순간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그 순간조차 동적으로 움직인다. 행복을 느끼는 상태에도 시간이 흐른다는 말이다. 시간이 흐르면 늙는다. 늙음을 기뻐할 사람이 있을까? 어쩌면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행복과 멀어질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것인지도 모른다. 하루를 살면서 하루만큼 죽어가니까. 그래서 순간의 행복을 느끼더라도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없음을 인지하기 때문에 행복의 시간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어린아이들의 얼굴에 있는 환한 미소가 늙은 사람에게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혹시 행복이 뭔지 알아요?'
누군가 갑자기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까? 몸과 마음의 상태가 편안하면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커다란 도전 과정의 성취감을 행복이라고 말해야 할까? 무탈히 하루를 보낸 것이 행복하다고 해야 할까. 이러한 상태는 내면으로 느끼는 행복이다. 내면에서 느끼는 행복감 이외에도 남에게 축하받을 때의 행복도 있다. 행복이란 단어를 사랑이란 단어만큼 자주 사용하지만, 사람마다 느끼는 지점이 다양해서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는 단어이기도 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사람에게 외국인이 서울을 느낄 수 있는 곳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 선뜻 답할 수 없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가 아닐까.
혹자는 행복을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행복이란, 자신의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느끼면서도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지점은 사람이 과연 마음먹은 대로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인가? 개인적으로는 심적으로 편안한 상태라고 믿고 싶지만, 외부에서 들려오는 좋지 않은 소식을 접하면 바로 기분이 나빠진다. 혹은 평온한 감정을 찾고 싶어서 멍하니 앉아서 조용한 음악을 듣다가도 과거의 안 좋은 일이 불현듯 떠올라 짜증이 밀려올 수도 있다. 생각을 지배할 수 있는 사람만이 행복을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행복을 논할 때 불행을 언급하는 것은 생략하겠다. 불행하지 않으면 행복하다거나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볼 때 다행이라고 느끼는 감정을 행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처럼 생활에서 충분한 만족과 기쁨을 느끼는 상태는 불행하지 않다고 해서 느끼는 감정은 아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알면 더 행복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행복에 관하여 생각할 때엔 생각나는 문장이 있다.
"Carpe diem!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고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매일 매 순간 행복할 수 없지만, 행복이란 감정을 소중하게 만끽하며 살아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행복한 순간을 보내더라도 우린 언젠간 세상과 이별해야 한다. 요즘 가수 정수라의 <어느 날 문득>이란 노래의 가사가 가슴을 울린다. "그땐 왜 몰랐을까? 그땐 왜 몰랐을까? 사랑에 이별이 숨어 있는지."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