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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Dec 02. 2022

글을 쓰기 위한 공부

한 권을 쓰려면 500권을 읽어야

책 한 권을 쓰기 위해서 몇 권 정도의 책을 읽어야 하는지 정해진 사항은 없다. 작가마다 다르고 장르마다 다르다. 첫 책을 집필할 때엔 약 500 권의 책을 읽었다.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생긴 이후의 독서가 그 이전의 독서와 달라진 점이 있다. 글쓰기를 준비할 때엔 인상 깊은 문장을 메모했다. 조금이라도 더 기억하기 위해서 이면지에 손으로 적었다. 5년 동안 독서하고 강의를 찾아 들으면서 쓰고 싶은 이야기에 관한 공부를 했다. 취미로 책을 읽을 때보다 집필을 위해 책을 읽을 때가 훨씬 더 기억에 남는다. 아마도 그때 진짜 공부가 시작되었을지도 모른다. 다른 저자들의 글을 필사하면서 좋은 문장을 접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첫 책을 집필할 때 그렇게 모아둔 씨앗 문장을 기반으로 페이지를 채워나갈 수 있었다. 지금, 그때 모아둔 메모를 펼쳐본다. 다음 작품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집필을 결심하고 비로소 그 주제에 관한 진짜 공부를 시작한다는 말이 이번에도 적용이 될 것 같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며 막연하게 공부하는 것과 달리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위한 공부에는 항상 메모가 따라붙는다. 때론 단어가 되기도 하고, 때론 문장이 되기도 하고, 때론 단락이 되기도 한다. 10년 전과 달라진 점은 당시에는 손으로 적던 것을 이젠 디지털 기기에 적고 있다는 점이다.


책마다 준비하는 기간도 달랐다. 첫 책의 경우 5년이란 준비 과정과 1년이란 집필 시간이 필요했다. 소프트웨어 관련 동화책은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올해에 출간된 책은 3년간 조금씩 쓴 글을 모아서 엮었다. 경험과 배운 지식을 활용하여 출간을 하고 나면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 자칫 잘못하면 중복된 사항을 계속 쓰게 된다. 이런 면에서 보면 작가는 집필을 위해 계속 공부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무엇이 있을까? 내가 쓰는 글이 누군가 썼던 글은 아닐까? 책으로 엮은 이야기를 누가 읽을까? 볼거리가 넘치고 다양한 매체 속에서 출간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여러 가지 상념이 집필을 방해한다.


과거의 메모를 뒤적거리는 것 이외에 멋진 작품을 읽는 것이 마음을 다지는 데에 도움이 될까 책을 펼쳤다. 문장 하나하나가 가슴에 꽂힌다. 그리고 심한 좌절에 빠져버린다. 과연 나는 얼마나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어떻게 써야 할까? 용기를 얻으려다가 용기를 잃어버린다. 씨앗 문장을 더 모아야 한다. 더 배워야 한다.


씨앗을 찾아 헤매는 일을 즐겨야 한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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