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우 작가의 <골라 골라 눈코입>을 읽고
한 번쯤, 때때로, 아니 자주. 사람은 자신의 부족한 부분에 관하여 생각한다. 키가 작은 것도, 얼굴이 못생긴 것도, 노래를 못하는 것도, 춤을 못 추는 것도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괜히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한다. <골라 골라 눈코입>에서는 노래는 잘하지만, 얼굴이 못생긴 주인공이 등장한다. 가수가 꿈인 주인공은 뮤지컬 동아리에 지원한다. 그런데, 노래를 잘하는 주인공은 떨어지고 만다. 오디션에서 음치이지만, 춤을 잘 추고 얼굴이 예쁜 친구가 뽑힌 것이다. 주인공에게 찾아온 꼬마삼신은 원하는 것을 주는 대신 소중한 것을 가져간다.
타고난 것에 관한 생각에 빠진다. 우리 집은 왜 가난할까? 난 왜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을까? '비교'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자기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일보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경우가 더욱 많다. 그렇게 생각은 점점 커져간다. "왜 나는 못 생겼을까?" "왜 나는 노래를 잘하지 못할까?" 끊임없는 질문이 자신을 덮친다. 결국 타인과의 비교는 '질투'라는 사악한 악마를 부르고 만다.
질투하는 사람으로서의 나는 네 번 괴로워하는 셈이다. 질투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질투한다는 사실에 대해 자신을 비난하기 때문에 괴로워하며, 내 질투가 그 사람을 아프게 할까 봐 괴로워하며, 통속적인 것에 노예가 된 자신에 대해 또 괴로워한다. 나는 자신이 배타적인, 공격적인, 미치광이 같은, 상투적인 사람이라는 데 대해 괴로워하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
질투라는 감정이 몰려올 때마다 막연히 괴로워했다. 뭔가 바꿀 방법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했다. 롤랑 바르트의 질투에 대한 단상은 나에게 많은 울림을 줬다. 질투를 멀리할 수 있는 방법은 내 열등감을 없애는 것이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어쩌면 내가 꼬마삼신을 만난 시기인지도 모른다. 1993년 대학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 당시엔 그의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그의 음성이 들리곤 한다.
"Practice more practice!"
꼬마삼신이 내게 가장 소중한 게 뭐냐고 물었을 때 나는 그게 뭔지도 몰랐다. 내가 잘하는 게 뭔지, 꿈이 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p88
면접을 볼 때 자주 하는 질문 중에 하나가 '가장 잘하거나 자신 있는 것이 무엇인가?'이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을 자주 만나진 못했다. 자신이 없거나, 어느 정도가 잘하는 것인지 모르거나, 정말 잘하는 것이 없어서 대답하지 못하는 것일까? 아마도 책의 내용처럼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어쩌면 자신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많아서 그럴지도 모른다. 타인에게 관심이 많은 사람은 자기 자신을 보는 시간보다 타인을 보는 시간이 더욱 많다. 그리고 다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한다.
뭘 잘하는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럼 아무 걱정 말고 하루하루 맘껏 즐기세요. 어느 날 문득 나의 재능을 깨닫고,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일이 생길 테니까요. 그때까지 매일매일 속으로 이렇게 외쳐요.
"나는 내가 가장 좋다!"
-김해우 (작가의 말)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오늘에 충실하라'는 메시지와 함께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이다. 자신을 미워하고, 자신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보다 자신감 넘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잘하는 사람이 멋있다고 말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읽으며 질투라는 악마를 물리칠 수 있길 바란다.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