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발소리> 성완 글. 스토리블랙 시리즈
웅진주니어에서 스토리블랙이라는 기획으로 장편동화 <낯선 발소리>가 나왔다. 치킨집을 운영하는 부모 아래 잘하는 것이 다른 일란성쌍둥이 자매 기주와 기연의 이야기다. 낡은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기주에게 위층에서 자꾸 거슬리는 발소리가 들린다. 위층엔 할머니 혼자 살고 있고 낮에는 사람이 없는데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낯선 발소리의 정체에 관한 호기심이 발동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생김새가 비슷한 쌍둥이 자매는 서로 친한 친구이자 비교의 대상이다. 힘이 세고, 심부름도 잘하는 기주와 공부 잘하고 얌전한 기연 사이에 질투가 자라난다. 질투를 유발하는 것은 대부분 타인이다. 지나가며 가볍게 던지는 말도 상처로 남는다. '동생이 더 공부를 잘하는구나.' '상장은 모두 동생이 받은 거네?' 여기서 말하는 타인은 부모도 포함된다. 작품 속에서 엄마가 말한다. "기연이의 반만큼이라도 해!"( p73)
나는 기연이의 반만큼 산 적이 없다. 공부나 피아노 같은 건 잘 못했지만, 그 대신 다른 걸 잘한다 기연이보다 심부름도 더 많이 하고, 친구들과도 더 잘 어울린다. 궂은일에 몸을 사린 적도 없다. 이번 일만 해도 그렇다. 혹시라도 동네 아이들이 야광귀에게 신발을 빼앗길까 봐 애를 썼는데...... 그런데 엄마는 한 순간에 내 인생을 반쪽짜리로 만들어 버렸다.
-p74
비교는 질투를 낳는다. 특히 가까운 사이에서 질투라는 감정이 더욱 강하게 생긴다. 작품에는 야광귀라는 귀신이 등장한다. 질투의 화살은 야광귀를 매개로 하여 비교의 대상에게 명중한다. 엄마의 말이 기폭제가 되어 자매에게 피해가 갈지도 모르는 일을 저질러버린다. 왜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이러한 행동을 하게 될까? 가장 가까이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냈고, 가장 친한 친구였다. 같은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쌍둥이 자매라고 해도 똑같을 수 없다. 아마 본인들은 그 사실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형제자매 간의 타툼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칭찬이나 사랑을 독차지하기 위해서 생기는 다툼과 비교를 통해서 발생하는 타툼이 그러하다. 공포스러운 전개로 단숨에 책장이 넘어간다. 특히 야광귀라는 귀신을 소재는 섬뜩한 느낌을 주면서도 자매간의 갈등을 보여준다.
"아까 운이라는 게 진짜로 있냐고 물었지? 아빠가 살아보니까 있는 것 같기는 해. 가끔은 노력보다 운이 중요할 때도 있고. 하지만 상관없어. 운이 없으면 만들면 돼. 헤쳐 나가면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마음 약해지지 말고 씩씩하게 이겨 내자. 알았지?"
-p91
우리는 운이 좋고 안 좋음을 말한다. 하지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타인의 의도에 의한 것이었다면 그것도 운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사나 주변에서 형제자매 사이에서 발생한 문제를 자주 접한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어쩌면 귀신보다 더 무서운 것은 질투가 아닐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