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리뷰 상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병천 Feb 26. 2024

제3부 천년제국으로(범죄자들)(26)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3 -문학동네

문학동네에서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가 박종대 선생의 번역으로 총 3권에 나누어 출간되었다. 완독 하고 싶은 마음에 읽고 느낀 점을 적어두려고 한다.


32. 그사이 장군은 울리히와 클라리세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가다


“내가 당신의 그런 면을 경탄하기는 하지만 당신도 한 번쯤은 역사적인 측면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소. 한 사건에 직접 가담 중인 사람들이 그게 위대한 사건이 될지 어떻게 미리 알 수 있겠소? 다만 그런 사건일 거라고 자기들끼리 멋대로 상상할 뿐이지. 그래서 나는 역설적으로 이렇게 주장하고 싶소. 세계사는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보다 먼저 쓰인다고 말이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세계사는 항상 일종의 잡담 같은 것에서부터 시작되오. 그래서 행동력이 넘치는 사람들 앞에는 무척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오.”
-495


슈툼 장군의 이해하기 어려운 이야기다. 세계사가 일종의 잡담 같은 것에서 시작한다니. 대부분의 역사는 사후에 쓰이는 경우가 많고, 그것도 승자가 쓰는 경우가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때론 과거에 썼던 역사를 태워버리기도 한다. 사건의 발단이 잡담에서 시작한다는 말로 이해해야 할 것 같다. 한 사건에 가담 중인 사람이 위대한 사건이 될지 미리 알지는 못하더라도 기대는 할 것 같다. 어떤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사건이 발생할 테니까. 그 의도가 긍정적으로 흘러갈지 부정적으로 흘러갈지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알 수 있을 뿐이다. 최악의 사건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차라리 우유부단하면서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현명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33. 미친 사람들이 클라리세를 환영하다


“저렇게 정신이 나가는 건 정말 끔찍한 일이야! 저 안에 있는 내내 담배 피우는 사람을 하나도 보지 못했다는 생각이 이제야 떠오르는 걸 봐! 건강할 때는 자기가 얼마나 복 받았는지를 정말 몰라!”
-522


슈툼 장군이 울리히와 클라리세를 정신병원에 데리고 나오면서 하는 말이다. 낯선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 호기심과 긴장감으로 인하여 담배 생각도 나지 않았을 것 같다. 건강할 때 복 받은 줄 모르고, 평화로울 때 행복하다는 것도 모르는 것은 왜일까? 아픈 후에야 싸움이 시작된 후에야 알게 되는 이유 말이다. 


34. 한 위대한 사건이 태동 중이다. 라인스도르프 백작과 인inn강


“그걸 보면서 인강이 스위스에서 온다는 걸 알았소. 물론 전부터도 알았을 거요. 우리 모두가 알 테지만, 전혀 그 생각을 안 하지. 인강은 말로야에서 발원한 정말 하찮은 개천이오. 나는 현장에서 직접 봤소.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캄프강이나 모라바강 정도 될까 싶은 개천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엥가딘 지방을 만들었다고! 앵가트-인Engad-Inn!! 엥가딘 지방의 이름이 ‘인강’에서 유래했다는 걸 알고 있었소?! 나는 오늘에게 깨달았소. 반면에 우린 어떻소? 그놈의 참을 수 없는 ‘오스트리아적 겸손’ 때문에 우리 손에 있는 걸로도 뭔가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지 않소!”
-525


유명한 도시는 강 주변에서 발달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도 한강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한강의 기적'처럼 이름을 붙이기도 좋은 것 같다. 한강의 발원지를 찾아가도 라인스도르프 백작의 말처럼 개천이다. 신기한 건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모를 끝없이 솟아나는 물이다. 지구 다른 곳의 사막을 떠올리면 참으로 복 받은 일이다. 물은 생명의 원천이고 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전하는 것은 이해가 되는데, 거기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욕망은 어떤 의도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제3부 천년제국으로(범죄자들)(25)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