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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Mar 02. 2024

제3부 천년제국으로(범죄자들)(28)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3 -문학동네

문학동네에서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가 박종대 선생의 번역으로 총 3권에 나누어 출간되었다. 완독 하고 싶은 마음에 읽고 느낀 점을 적어두려고 한다.


37. 하나의 비유


“어쩌면 전형적인 ‘아버지와 아들’ 문제일 겁니다. 그러니까 아버지가 가난하면 아들은 돈을 사랑하죠. 반면에 아버지가 부자면 아들은 모든 인간을 사랑합니다. 각하께서는 우리 시대의 아들의 문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으십니까?”
-564


인간은 결핍에 관하여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한 갈망으로 삶을 추구한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 일이다. 마음먹은 대로 살아가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나 될까? 추구하는 것에 닿지 못함에 실망하며 결국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 헤매는 것이 인생인 것 같다. 우리 시대의 아들뿐만 아니라 딸들도 말이다.


“저 그룹에 마르크스주의자가 하나 있는데, 이렇게 주장하는 게 아니겠소. 인간의 경제적 하부구조가 전적으로 인간의 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를 규정한다고. 그러자 한 정신분석가가 나서더니, 인간의 이데올로기적 상부구조는 전적으로 본능적 하부구조의 산물이라고 반박했소”
-567


이데올로기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장 강하게 작용한다는 말이 있다. 내면화된 문화라고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상부나 하부의 구조적인 측면을 따지기보다 공감이 갖는 영향력의 관점이 이데올로기를 이해하는 것에 조금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인간은 오직 감정만을 따를까? 그러니까 오늘날의 사람들이 가정하는 것처럼 무의식적인 욕망의 흐름이나 쾌락의 간지러운 미풍이 조종하는 대로 행동하고 느끼고, 심지어 생각도 그렇게 할까? 혹은 오늘날 마찬가지로 흔히 가정하듯 이성과 의지에 따라 움직일까? 인간은 여러 감정들 중에서도 특정한 감정, 가령 오늘날의 가정처럼 성적 충동에 따라 움직일까? 아니면 마찬가지로 오늘날 가정하는 것처럼, 성적 충동보다는 경제적 조건으로 인한 심리적 작용에 좌우될까? 우리는 인간처럼 복잡한 피조물을 많은 각도에서 관찰할 수 있고, 여러 이론들 중 이런저런 것을 축으로 선택할 수 있다. 거기서 부분적으로 참인 것이 나오고, 그것들의 상호 침윤을 통해 서서히 더 높은 수준의 진리가 되어간다. 아니, 정말 높아지기는 하는 걸까? 어쨌든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했다.
-566


인간을 어떻게 한 마디로 규정할 수 있단 말인가. 그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다. 인간의 탄생에도 믿는 바가 다르다. 무엇을 믿고 사는가에 따른 본인의 선택이다. 인간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다. 잠도 자야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다. 저마다 안락과 쾌락을 원하며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살아간다. 다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어떤 개인의 욕망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던 사건들을 우린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날의 세계는 더는 어제 원했던 것을 기억하지 못하고, 충분한 이유 없이 바뀌기만 하는 분위기에 젖어 있고, 부단히 혼란스럽기만 하고, 그러면서도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고요. 인류의 이런 모든 혼란을 한 개인의 머릿속에 접어 넣는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은 우리가 지적 장애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일련의 유명한 결락 현상들을 보일 게 틀림없습니다……”
-567


변화라는 단어는 변하지 않았다. 그 단어를 제외한 모든 것이 변했다. 지구의 나이를 추정해 보면, 인간은 정말 짧은 시기를 살다 가는 것이다. 100살을 산다고 해도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은 삶을 주관적으로 느끼며 살아간다. 70억 인류 모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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