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해연
“내게는 엄마가 둘이나 있다.”
엄마가 둘인 집에서 자라는 아이는 어떨까?
사실 성소수자에 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윤해연의 소설 <레인보우 내 인생>을 보면서 다름으로 인한 차별에 관하여 생각할 수 있었다. 살면서 타인에게 많은 관심을 갖는 경우가 드물다. 누구나 자신에게 관심이 더 많다. 물론 남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지만, 당사자가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 더욱 많다. 특히 가족에 관한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가정마다 사연이 있다. 누군가 사고나 병으로 돌아가신 경우도 있고, 돈 때문에 싸우는 경우도 있고, 이민으로 생이별한 경우도 있다. 어떤 가정에서 자랐든 당사자나 주변 인물이 이야기하지 않으면 모른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일이 있고,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사연이 있다. 당사자가 말하지 않는 걸 왜 알고 싶어 하는지 의문이다. 우연히 알게 되었더라도 떠벌리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난 대인 관계에서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에 민감한 편이다. 특히 가까운 사이에서 피해를 주는 행동에 대해서는 용납을 잘 못한다. 개인의 가치관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땐 응원은 못하더라도 모른척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소설을 읽으면서 자신의 가치관을 주장하는 이야기라기보다 주변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점이 좋았다.
소설 속 주인공 이다의 영어회화반 '웨어아유프롬반'이란 명칭이 인상적이다. 주인공 이다는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 궁금해한다. 영어 교실 이름에서도 작가의 재치가 엿보인다.
"사실, 나도 그런 사람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서 잘은 몰러. 아마도 본 적이 없는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아서 모르는 거겠지. 옛날에는 말이여, 동네에 바보 형, 미친년 하나씩은 꼭 있었어. 미친년, 바보 형이라고 험하게 불렀지만 다 친구였어. 같이 놀았으니께. 지나고 보니께 그 친구들이 장애인이었어. 그렇게 부르면 절대로 안 되는 거였지. 근데 지금 돌아봐. 장애인들이 안 보여. 없는 게 아니라 안 보이는 거여. 꼭꼭 숨어서 세상 밖으로 못 나오는 거지. 그게 좋은 세상일까? 아니여. 그런 세상은 좋은 세상이 아니여. 장애인들도 세상 밖으로 나오고, 성소수자들도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인 거여. 그래야 그들을 바보 형이나 미천년,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부르지 않을 수 있어. 우리랑 하나 다를 게 없는 그냥 사람이여. 조금 불편하거나 조금 다른 사람들. 그게 뭐가 이상하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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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민센터 영어회화반에서 만난 할아버지의 말이다. 아마도 작가가 책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참고) 표지에 사용한 길벗체는 무지개 깃발을 처음 디자인한 '길버트 베이커'의 뜻을 잇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를 위한 '벗'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한글 최초로 전면 색상을 적용한 완성형 서체라고 합니다.
난 어디에서 왔을까? 우린 어디에서 왔는지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