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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May 27. 2018

10년째 다이어트 중

나는 왜 살을 빼려고 하는가?

 소량의 연료로 많은 거리를 갈 수 있는 자동차를 연비가 좋다고 말한다. 사람도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일 수 있으면 연비가 좋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대로 많이 먹어도 조금밖에 움직이지 못하면 연비가 좋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을 자동차와 비유하는 것은 적당하지 않은 것 같지만 적게 먹고도 건강하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면 '정말 연비가 좋은가 보다.'란 생각이 든다.


 조지 오웰의 자전적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엔 먹을 것과 일자리가 부족해서 노숙자로 살아가는 모습이 나온다. 멋진 작품을 남긴 조지 오웰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나 생각하면 감회가 새롭다. 우리나라도 급속한 성장으로 먹거리가 풍부해진 것이 대략 30년 정도밖에 안 된다. 초등학교 때 내 도시락 반찬통은 김치와 멸치랑 가장 친한 친구였다. 달걀이라도 싸가는 날엔 우쭐한 기분으로 밥을 먹기도 했다. 당시 '두 끼는 밥, 한 끼는 분식'이란 표어가 있었다. 쌀이 귀한 시절이라 아껴서 먹어야 했다. 난 군대에 다녀올 때까지 단 한 번도 살이 찐 적이 없었다. 살이 찐 친구를 보면 정말 부러웠다. '왜 나는 살이 찌지 않을까?' 고교 시절엔 볶음밥 곱빼기에 군만두까지 거뜬히 먹었고 탕수육이 없는 걸 아쉬워했다. 당시 난 정말 연비가 좋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2018년 현재, 한편에서는 식욕과 절제의 전쟁을 치르는 사람이 많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시간이 한참 지난 후 난 연비가 좋지 않은 것이 아니라 기초대사량이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섭취한 에너지를 거의 소화해서 사용했던 것 같다. 그러나 회사에 취업한 후 허벅지 근육은 볼품없이 빠졌고, 배는 임신 8개월 정도의 수준으로 나왔다. 체중은 늘었지만 엉덩이 근육은 빠져서 바닥에 앉으면 불편함을 느꼈다. 취업 후 가장 커다란 변화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던 사람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는 사실다. (사무실이란 공간은 왕성한 활동가를 얌전한 배불뚝이로 만들기 적합했다)


 '살은 음식의 섭취량에 비례하고 운동량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알 수 있었다. 간혹 체질적으로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난 그런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았다. 군생활을 마칠 때 64kg이었던 몸무게는 회사생활 몇 년 만에 82kg까지 늘었다. 살찐 사람을 더는 부러워하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오히려 살을 빼기 위해 노력해야 할 지경이 되었다. 특히 건강검진 결과표에 중성지방 수치가 상상을 초월하게 찍혀있었다. 중성지방 탈피 프로젝트는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맛있는 음식을 앞에 두고 참아야 하는 건, 정말 괴롭다.


 괴로움을 동반하면서 살을 빼는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자기만족, 사람들의 시선, 건강, 멋진 옷을 입기 위해, 허벅지 안쪽이 마찰로 아파서, 여름에 더워서 등. 못 먹던 시절엔 살찌는 것을 바라다가 막상 살이 찌니 살 빼기를 갈망하는 것은 왜 그럴까? 아마도 반대로 가려는 사람의 욕망이 작용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아래의 일화는 반대로 가려는 사람의 욕망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다.


농사를 주업으로 살던 시절에는 논밭에서 일하기 때문에 피부가 햇빛에 그을린 사람이 많았다. 당시의 상류층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양산을 쓰고 긴 장갑을 끼워서 피부를 하얗게 유지하려고 했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사람이 공장이나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피부가 하얀 사람이 많아졌다. 이 때는 상류층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태닝을 통해서 일부러 피부를 검게 그을렸다.
-기업권력의 시대


 나의 어린 시절처럼 배고프고 대부분 삐쩍 마른 사람이 사는 나라에 가면 과연 나는 살을 빼려고 노력할까? 펑퍼짐하게 나온 배를 자랑이라도 하듯 내밀며 다니진 않을까? 굳이 스쿼트, 플랭크 등 재미없는 운동을 하려고 할까? 차고 넘치는 다이어트에 관한 정보를 뒤지려 애쓸까? 10년째 중성지방과의 전쟁을 하며 난 왜 살을 빼려고 하는지 여러 가지 상상과 고민을 해본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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