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상록

내면의 힘

콤플렉스와 마주하는 것

by 유병천

내면의 힘은 어디에서 생기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 당당한 사람들을 볼 때마다 들던 생각이기도 하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선수를 볼 때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1위를 한다는 기분은 어떤 것일까? 막연한 상상을 하며 마냥 부러워했다. 난 운동을 특별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눈에 띄게 잘 하지도 못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잘 하는 사람들이 신문이나 TV에 나오면 부러워하며 박수를 치는 것이 전부였다. 아무것도 잘하지 못하던 때에 취미로 빠진 볼링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때는 볼링에 관하여 조금 안다고 목에 힘을 주며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아는 정도는 다른 사람도 조금만 공부하면 알 수 있는 수준이었다. 단호하게 말하지만 그 정도로 내면의 힘 따윈 생기지 않았다.


당시 볼링을 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이론을 가지고 있었다. 잡지를 통해서 본 내용, 미국 방송을 통해서 본 내용, 이론서를 통해서 본 내용을 가지고 자신만의 비법을 이야기했다. 지나서 생각해보면 내가 말한 내용도 저 세 가지를 통해서 배운 것이 전부였다. 결국 내 이야기를 증명할 방법은 결과밖에 없었다. 높은 스코어를 기록하는 것.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높은 점수를 올렸다. 안타깝지만, 고득점은 일시적이었다.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이론을 조금 공부했다고 단숨에 높은 점수를 올릴 수는 없었다. 운 좋게 일생에서 한 번 기록할까 말까 한 점수를 냈을 뿐이다. 이후의 도전은 내가 세운 최고의 점수를 넘는 일이 되어버렸다. 고백하자면 난 그 점수를 아직까지 깨지 못했다. 선수들이 기록하는 점수와는 다소 차이가 있었지만, 일반인 중에는 제법 높은 점수였다. 무엇 하나라도 잘 하는 사람이 되고 싶던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많은 도전과 실패가 이어졌다. 아쉽게도 실패가 더해질수록 자신감이 떨어졌다.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은 한 번도 도전하지 않은 것과 같다.'란 말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세상엔 잘 해내는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내가 들을 수 있는 소식이 잘 해내는 사람이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패한 사람이 소개되는 경우는 드무니까. 실패를 거듭할 때 드는 생각이 있었다.


내 진짜 모습과 마주해야 한다는 것

현실이 힘들면 다른 곳에 눈을 돌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그 문제가 자신 스스로의 문제라면 언젠간 마주해야 한다.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 내가 상상하는 나와 주변을 비롯한 타인들이 바라보는 나의 차이는 없는가? 그런 생각이 들 때 온몸에서 방어기제가 작동하는지 거부 반응이 들었다. '나 스스로의 모습을 마주하는 일이 그렇게 힘든 일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실패 후 내가 찾은 방법은 다시 열심히 하는 것뿐이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열심히 하는 것 밖에 없었다. 사람마다 '열심히'의 기준은 분명히 다르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 입술이 부르터지도록 했다. 운이 좋은지 나에겐 지지자가 생겼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고 응원해주는 사람. 내가 무엇인가 하려고 도전할 때 흔쾌히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 그런 지지자가 있다는 것. 난생처음으로 내면의 힘이 생기는 느낌이었다.


비빌 언덕.


혹자는 비빌 언덕이라고도 말한다. 나에게 그것은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 느낌. 이런 느낌을 갖기 위해 삼십 년을 넘게 살았구나. 그런 안도감도 들었다.


사람들과 소통하다 보면 간혹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도 못하고, 잘 하는 것 같지도 않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들의 공통점은 다른 일을 찾아보려고 하거나 현실에서 도피하려고 한다. 어떤 사람은 의미 없는 여행을 꿈꾸기도 한다. 현실에서 도피하고 싶은 욕구로 인한. 지금 하는 일도 잘 하지 못하는데, 다른 것을 하면 잘할 수 있을까? 내가 원하는 것은 도피일까? 아니면 진정 나의 길을 찾는 것일까? 많은 질문이 마음을 괴롭힌다.


혹시, 매사 자신감이 없다면 스스로 콤플렉스라고 생각하는 것은 없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내면의 나를 마주하는 것은 나의 콤플렉스와 마주하는 것과 비슷하다. 난 지지자가 생기기 전에 나의 부족함을 감추려고 애썼다. 지지자가 생긴 이후 자신감이 생겼으니 나에겐 콤플렉스를 마주한 시기가 그때였다고 말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콤플렉스를 다른 모습으로 포장하고 있지는 않은가. 나의 경우엔 지지자가 그 역할을 했지만, 자신감이나 자아존중감을 갖기 위한 방법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내면의 힘을 갖기 위해서는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나의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한다. 지지자가 없이 그걸 이루어 내는 사람을 보면 정말 멋지다고 느낀다. 치열한 올림픽 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사람들에게도 지지자가 있을까? 스스로 해낸 것일까? 경기가 끝나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나로 하여금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다.


시간은 공평하다.


내가 보낸 시간이 더해져 인생을 만들 뿐이다. 자신의 콤플렉스와 마주한다고 내면의 힘의 생기지는 않을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사람마다 다르다. 난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내면의 힘을 갖기 위한 사람이라면 지지자를 얻기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하고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마 무엇이든 열심히 해야 할 것이다. 사람마다 '열심히'의 기준이 다르다. 정말. 다르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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