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운동 후 일주일 파스 신세
당시 의료 소프트웨어 회사로 이직한 나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운동을 하지 않는 이유 중 가장 큰 한 가지는 '시간이 없어서'였다. 몸은 내게 운동이 필요하다고 절실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십 대 초반의 체중은 64Kg이었고 청바지 허리 사이즈는 28inch 정도였다. 하지만 몇 년 사이에 나의 체중은 80Kg을 훌쩍 넘겼고, 허리둘레도 34inch 정도로 늘어났다. 운동할 시간은 없어도 술 마실 시간은 있는지 하루가 멀다 않고 마셨고 그 결과로 풍부한 뱃살을 얻을 수 있었다. 2년에 한 번 받는 건강검진도 시간에 쫓겨 12월 말이 돼서야 겨우 받았다.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검진 결과를 받은 후였다. 투박한 검정 글씨로 적힌 결과지 한 장은 건강하다고 자부했던 나에게 적잖은 충격을 가져다줬다. '검사가 잘 못 된 거 아닌가?'란 생각도 했다. 운동하지 않고 술을 마셔댄 자신을 생각하기 전에 검사 탓이나 하다니. (한심한 생각을 그만두고) 결과지를 들고 한참 생각하며 한 가지씩 적었다.
1. 최근 몇 년간 운동하지 않음
2. 허리둘레 34인치
3. ET처럼 볼록 나온 배
4. 근육이 빠져 볼품없는 얇은 다리
5. 방바닥에 앉으면 아픈 엉덩이
더는 운동을 미룰 수 없는 몸상태였다. 마침 운전 중에 라디오를 들었다. 해태 타이거즈 야구선수 출신의 김봉연 해설위원의 라디오 인터뷰였다.
운동은 시간 나면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 내서 하는 겁니다.
-김봉연
시간 나면 운동하겠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던 난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바로 친구에게 전화를 건 후 주말에 시간을 내서 농구를 하자고 했다. 모 대학 농구장에서 만난 후 오랜만에 바스켓을 향해 공을 던졌다. 공은 골대 근처도 못 가고 힘없이 떨어졌다. 더욱 충격적인 상황은 리바운드를 위해 힘껏 점프했을 때 일어났다. 점프의 높이가 나의 기대치와 큰 차이가 있었다. 공중에서 공을 잡지 못하고 공과 함께 떨어졌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먼저 착지한 후 공을 잡을 수 있었다. 한참 농구를 좋아하던 때엔 높게 뛸 수 있었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그 날은 마음뿐이었다. 그래도 운동을 한답시고 모르는 사람들과 섞여 3 대 3 하프코트 경기를 했다. 난 현저하게 떨어진 내 체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3분도 채 안 뛴 것 같은데, 숨이 차올랐다. 내가 속한 팀이 패하며 경기가 끝났다. 끝나자마자 난 바닥에 주저앉았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주변을 둘러봤다. 농구장에서 운동하는 사람들 모두 활기차게 느껴졌다. 골대를 맞고 튕겨져 나온 공을 리바운드하려고 뛰어오르는 모습도 힘차 보였다.
다리는 후들거렸고, 오랜만에 점프 몇 번 했다고 허리까지 아팠다. 슛 하나 성공시키지 못하고 땀만 바가지로 흘렸다. 그래도 땀 흘린 다음에 마시는 술은 꿀맛이었다. 친구와 자주 운동하자는 다짐을 하고 집으로 왔다. 상쾌하게 샤워 후 정말이지, 죽은 듯 잠을 잤다. 문제는 다음 날 나의 몸 상태였다. 머리, 어깨, 무릎, 허리 그리고 엉덩이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다. 하루 운동했다고 근육이 왕창 생기거나 살이 몇 그람 빠지지도 않았다. 온몸의 통증만 나를 비웃는 것 같았다. 꾸준히 운동하겠다는 마음은 금세 사라지고 그 자리를 대신해 팔다리에 파스가 자리 잡았다.
무용담이라도 하듯 난 일 주간 술자리에서 운동 이야기를 했다. 팔다리에 붙인 파스를 훈장처럼 자랑도 했다. 통증이 가라앉을 무렵 체중은 2Kg 정도가 늘었다. 운동을 열심히 해서 온몸이 아픈 것에 대한 보상치곤 아주 후하다고 말할 수 있었다. 기대와 달리 늘어난 몸무게를 보며 난 시간을 내서 운동한다는 말을 다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흔히 사용하는 '시간'이란 단어는 퍽이나 포괄적인 느낌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봉연 선수가 말했던 시간은 아마도 '규칙적인 시간'이 아닐까. 볼록 튀어나온 배를 보며 '윗몸일으키기나 피티 8번이라도 해야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