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상록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

자신과의 약속에 관대한 사람

by 유병천

'너무한다' 싶을 정도로 해야 할 것들이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스스로에게 약속을 많이 하며 산다. 담배를 끊을래. 살을 뺄 거야. 술을 줄여야겠어. 아침에 일찍 일어날래. 인문학 공부를 할 거야. 악기를 배울래. 수영을 해야겠어. 돈을 모을 거야. 정말 많은 약속을 한다. 혹자는 다짐과 약속은 다르다고 말한다. 그들은 약속은 타인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리안 타임' 난 이 말을 싫어한다. 약속 시간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약속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다른 약속이라고 잘 지킬까? 신입 사원 면접 시 개근상에 관심을 보이는 면접관이 있다. 그는 몇 년간 등교 시간을 지켰나에 주목하고 채용 이후에도 출근시간을 잘 지킬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한다. 시간 약속을 지속적으로 지키는 것은 성실성을 보여주는 가장 쉬운 방법일 수 있다. 만약 출근시간이 자유로운 직업의 경우엔 목표 달성에 관한 사항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이런 경우엔 매일 출근시간을 따지지 않고, 목표한 날짜까지 얼마나 잘 해내는가에 높은 비중을 둔다.


타인과의 약속은 철저하고 자신과의 약속은 관대한 사람. 자신과의 약속은 철저하고 타인과의 약속은 느슨한 사람. 아마 최소한의 사회생활을 하려면 전자가 필요할 것이다. 회사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타인과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그래서 건강관리를 잘 하는지, 운동을 하는지, 악기를 배우는지 등은 개인의 영역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다. 물론 회사에서 동아리나 취미활동을 권장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에도 개인의 시간을 내야 한다는 것엔 변함이 없다. 일이 너무 많아서 운동을 못하는 사람은 살이 찌거나 건강이 나빠질 수 있다. 그래서 스스로 운동해야 한다고 결심하더라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일에 소모해서 스스로 운동할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에 치어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자신의 선택에 관한 문제이다. 퇴근 후 저녁 시간에 운동을 할까? 영화를 보며 치킨과 피자를 먹을까?


운동을 할지 영화를 볼지 고민하는 것은 비교적 행복한 고민이다. 기술수명주기가 짧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은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 위해 자신의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삐삐(호출기)나 시티폰 등 한 때 대단한 기술이었지만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다. 카세트 테이브, 비디오테이프, CD, LP 등 모두 디지털 파일에 자리를 내어준 사례는 누구나 알고 있다. 어쩌면 국내에서 공무원이 인기가 좋은 이유는 기술수명주기가 길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상상한다. 많은 사람이 한 번 배운 것으로 오랫동안 먹고 살기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점점 이러한 것과 멀어지고 있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점점 많은 약속을 요구하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약속을 잡을 때 절대 무리하게 잡아서는 안 된다.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하는 것은 신뢰를 갉아먹는 지름길이다. 이것은 타인과의 약속, 자신과의 약속 모두 마찬가지다. 타인과의 약속을 철저히 지키면서 자신과의 약속엔 그렇지 못한 사람은 타인과의 약속처럼 자신과 약속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리고 그 약속을 기필코 지켜보는 것이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 나아가다 보면 자신을 향한 신뢰의 통장도 점점 늘어나지 않을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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