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선수할 건가요?
우연한 기회로 수영을 시작했다. 물은 나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1년간 수영을 배웠다. 네 가지 영법을 할 줄 알게 되었고 쉬지 않고 한 시간 정도 수영할 수 있었다. 물을 무서워하던 나에겐 경이로운 일이었다. 그때부터는 수영을 멋지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 하는 거 멋있게 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때부터 자세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다. 오로지 물 위에 뜨는 것에 집중했던 것과 다른 이야기가 펼쳐져 있었다. 5년 정도 하루 1시간 정도를 물속에서 보냈다. 스타트 자세를 잡기 위해서 천 번이 넘는 점프를 했던 것 같다. 네 가지 영법도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자세는 생각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자세를 봐주는 강사는 매번 나의 단점을 이야기해줬다. 6개월마다 강사가 바뀌는 곳이라 여러 명의 지도를 받았다. 그들 모두 다른 방법으로 나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를 해줬다. 시간이 더 지나서야 그들이 같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예를 들면 호흡할 때 왼 팔이 떨어지면 안 된다. 얼굴을 옆으로만 돌려라. 팔을 5센티미터 정도만 더 밀어봐라. 고개를 앞으로 들지 말라. 어깨와 가슴을 누르듯 해라. 나아지지 않는 스스로의 모습에 화가 났다.
어느 순간 운동이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건강을 위해서 시작한 운동이 스트레스로 변한 이유는 간단하다. 잘 하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생존, 안전, 소속의 욕구 등 메슬로우의 욕구단계와는 다르지만 가장 상위에 위치한 자아실현의 단계는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운동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시작되면서 난 목표를 떠올렸다. 물에 뜨는 것. 편안한 수영을 하는 것. 처음 수영을 시작할 때 설정했던 목표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런 수영을 하고 싶다'란 마음을 갖게 한 영상을 다시 찾아서 봤다.
1. 난 운동선수가 아니다
(참고로 운동선수는 대부분의 시간에 운동만 한다)
2. 시간 투자한 만큼 해내면 된다
(하루 한 시간을 투자하고 선수처럼 하길 바라지 말라)
3. 선수할 거 아니면 재미있게 즐겨라
(자신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하라)
운동을 잘하는 사람과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은 다르다. 이 사실을 아는 데 10년이 걸렸다. 난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 열심히 하는 사람이다. 운동은 열심히 한다고 잘할 수 없다. 하지만 열심히 한다면 재미있게 할 수는 있다. 물론 재미없는 운동도 있다. 재미를 느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에겐 정말 재미없는 운동이 있다. 스쿼트, 플랭크, 팔 굽혀 펴기, 철봉 등이 그렇다. 정말 재미라곤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가 없다. 오랜만에 플랭크를 하면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뱃살이 부르르 떨린다. 재미없는 운동을 꾸준하게 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운동이든 자신에게 알맞은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공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에게 구기 종목은 적절하지 않다.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이 농구를 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반대로 공 놀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요가를 하는 것은 무척 어려울 수도 있다. 잘하고 싶은 욕망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잘하지 못해서 생기는 스트레스의 경우는 다른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잘하고 싶은 욕망으로 인한 스트레스라면 적당한 목표의 수정이 필요할 것이고, 잘하지 못해서 생기는 스트레스의 경우라면 종목을 바꿔보는 것이 필요하다. 난 축구를 못한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다. 축구를 못한다고 스트레스를 받지도 않는다. 축구할 일을 만들지도 않는다. 그러나 때론 축구로 즐거움을 찾기도 한다. 월드컵 본선에 올라간 우리나라 대표팀을 보며 "대-한민국. 짝짝짝. 짝짝."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