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수상록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병천 Jul 22. 2018

지구의 암이라 불리는 호모 사피엔스

안전하다는 것



 세상에 안전한 것은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이 튼튼하다고 생각하는 대지도 갑자기 갈라질 수 있듯이......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은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과도 같다. 그래서  이미 지나가버린 과거만이 가장 안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현실도 지나는 순간 즉시 과거가 되어버리니까...... 이미 지나간 것은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안전하지 않은 미래는 이야기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이야기한다고 안전해지지 않고, 이야기한 것이 일어난다고 해서 미래가 과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엘 고어의 다큐 영화 <불편한 진실 2> (2017)를 보면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재난을 당하고 난 후에야 '위험했구나'라고 말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빙하가 붕괴되고, 해일이 마을을 덮치고, 만년설이 녹고 있다.


나만 아니면 괜찮아. 지금 여긴 괜찮은 걸.

 2018년 7월 22일. 대한민국의 여름, 더위의 기록을 하루마다 갈아치우고 있다.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하는 온도가 아닌 자동차의 열기로 가득한 아스팔트, 에어컨 실외기가 열기를 내뿜는 상가 밀집지역의 온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다 나아지겠지. 그런 생각으로 하루하루를 견디지만 지구는 그 피로를 누적하고 있다. 지구의 관점에서 보면 호모 사피엔스는 암적인 존재라는 말이 있다. 인구가 70억으로 늘어난 오늘날 환경문제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중대한 과제이다.


 <불편한 진실 2>에는 파리에서 열린 기후변화 협정에 관한 일화가 나온다. 회의 직전 테러가 발생하고,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이 이어진다. 특히 인도는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소를 짓겠다고 한다. 지구의 환경을 생각해서 친환경 에너지 생산소를 지으라고 하지만, 인도의 입장은 '당신들도 값싼 화석연료로 잘 살게 되었으면서 왜 우리가 잘 살려고 하는데 못하게 하냐?'이다. 엘 고어의 노력과 설득으로 인도는 화석연료 발전소를 포기한다. 대신 엘 고어의 제안으로 연결한 차세대 친환경 발전소는 엄청난 전기를 생산해낸다는 이야기다. 당장 값싼 원료가 결코 싼 원료가 아니란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당시 중국도 파리 기후 협정에 동의한 걸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해마다 중국발 미세먼지로 시달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쩍 쩍 소리를 내며 갈라지는 빙하와 그 사이로 흐르는 물. 몰디브 섬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남 이야기처럼 하는 호모 사피엔스. 폭염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지구온난화나 기후변화 문제를 알지 못하는 것인가. 해일이 몰아치고 높은 산 위에 살 무렵 '우린 높은 곳에서 사니까 안전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유병천.

매거진의 이전글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