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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Jul 29. 2018

행복지수가 높지 않은 이유

자아존중감을 높이려면 타자의 욕망에서 벗어나라

 "행복하세요?"


 갑작스러운 질문을 받을 때 행복하다고 답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행복지수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순위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잘 살지 못하는 나라의 행복지수가 높다는 결과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어쩌면 행복하다는 것을 돈이 많다는 것으로 착각해서 그럴지도 모른다. 내가 어릴 적엔 '행복은 성적 순이 아니다.'라는 말이 유행했다. 행복을 바라보는 관점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98년도 IMF를 겪은 우리나라는 여러 부작용이 생겼다. 그중 주목할만한 것은 경제적으로 무너진 가장을 보고 자란 아이들이다. 평생을 일하던 회사에서 쫓겨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아이들의 마음에 '돈'이라는 개념이 가시처럼 자리를 잡아버렸다. 다른 가치관을 이야기하다가도 건들면 아픈 가시는 다시 마음을 후벼 파는 모양이다. 최근 젊은이를 대상으로 조사한 행복에 관한 물음에도 행복하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는 대답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봐도 그들의 마음에 자리하고 있는 돈에 대한 '부담의 크기'를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돈이 많으면 정말 행복할까? 이 질문에 대답하는 것은 어렵다. 돈이 정말 필요한 사람에겐 돈이 생기면 정말 행복할 수 있고, 돈은 많지만 친구가 없는 사람은 돈이 많다고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행복지수가 낮게 나오는 이유는 혹시 비교 때문은 아닐까? 특히 타인과의 비교.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타인을 진정으로 축복해주지 않는다. 마음속에 시기심과 질투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축복해줄 수 있으려면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우선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것을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평균화시켜서 보려고 한다면 자괴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저 사람은 저렇게 하는데 난 왜 못하지?‘ 이러한 생각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정신 건강에 좋다.


 공부의 경우도 같은 장소에서, 같은 선생님께, 같은 수업을 듣더라도 1등에서 꼴등이 있기 마련이다. 운동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같은 시간을 투자해도 개인적인 차이가 나기 마련이다.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분야를 가지고 타인보다 못하다고 좌절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타인보다 잘하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세울 필요가 없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의 특징은 자신이 잘하는 것을 타인이 인정하거나 칭찬해주지 않으면 괴로워한다. 잘 하는 것이 자신이 원해서 하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존감을 이야기할 때 '타인에게 잘 보이기 위하려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이 따라오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자신감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자아존중감이 올라간다. 물론 헤겔이 말한 '인정 욕구'도 있지만, 스스로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고 남들에게 잘 보이려고 하는 일이라면 당연히 타인의 시선이나 평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스스로 원하는 일이 무엇인지 충분한 사색이 필요하다. 


 또 다른 하나, 공평하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타인을 신경 쓰지 않고, 묵묵히 걸어나간다. 예를 들어 공부나 운동을 하고 싶어서 시작했다면 잘하든 못하든 타인에게 보여주기보다는 자신의 만족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시기에 시작한 어떤 사람이 어느 순간 자신보다 잘하게 되었을 때, 결과만 보고 질투한다. 혹시 그 사람이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엄청난 연습을 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학창 시절에도 교실에서는 같은 시간 동안 공부를 했지만, 그 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지는 것을 알고 있어도 자신이 허비한 시간을 생각하기보다 타인이 자기보다 잘 하는 것이 배 아픈 것이다.


 행복지수를 높이려면 타자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인 줄 착각하면 안 된다. 다시 말하지만 헤겔이 말한 '인정 욕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살기엔 인생이 너무도 짧을 뿐이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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