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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Aug 26. 2018

모피어스의 알약

행복에 관하여

 행복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사랑이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처럼 어려워졌다. '언제 가장 행복했어요?'라고 물으면, 대부분 어떤 한순간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면 '동해 바다를 여행했을 때가 행복했어요.'의 경우 여행의 모든 과정이 행복하진 않다. 여행을 준비하는 설렘.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보는 풍경. 시원하게 트인 푸른빛 바다. 우연히 찾은 맛집에서 먹는 한 끼의 식사. 물론 모든 여행이 즐거울 수 없다. 꽉 막힌 도로. 흐린 날씨로 인한 잿빛 바다. 습도를 잔뜩 머금은 더위. 미칠듯한 간지러움을 선사한 모기. 짜증으로 함께 간 이성과 싸움. 이쯤 되면 과연 여행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뇌과학자들이 FMRI를 이용해서 관찰해보면 행복이란 감정은 뇌에서 일어나는 전기적 자극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머리에 칩을 심어 행복을 느끼는 곳에 전기적인 충격을 주면 행복할까? 많은 사람이 열심히 살아가고 있지만, 지난해에 어떤 일을 했는지 말해보라고 하면 열 가지를 채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제법 된다. 지난해에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얼마나 될까?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배웠다. 행복할 수 없어서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라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숫자를 좋아하는 자본주의에서는 '100점 만점 중 넌 얼마만큼 행복하니?'라고 물으면 '저는 50만큼 행복해요.'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말할 수 있다고 해도 50만큼이란 과연 어떤 정도인가.


 행복의 반대말은 불행이다. 불행도 뇌의 전기적 자극이라면 불행을 느끼는 부분에 자극을 방해하면 행복할 수 있을까?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에서는 이러한 기능을 하는 '소마'라는 약이 등장한다. 침울한 기분이 들 때 먹으면 그런 기분이 사라진다. 머리가 아프거나 속이 울렁거리는 부작용도 없다.


 현실에서는 많은 사람이 술을 마신다. 정신의학 관련 수업에서 받은 질문이 생각난다. '술은 사람의 기분을 업(Up) 시키는 기능을 할까요? 아니면 다운(Down) 시키는 기능을 할까요?' 대부분의 수강생은 업(Up) 시킨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술. 다시 말하면 알코올은 사람의 기분을 다운(Down) 시키는 기능을 한다. 술을 마시면 초기엔 기분이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는 뇌의 전두엽 부분을 가장 먼저 마비시켜서 그렇다고 말한다. 평소 절제된 감정이 표출되는 상태이고, 계속해서 알코올을 섭취하면 거의 잠자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자신의 주량보다 많은 술을 마셔본 사람이라면 비슷한 경험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다음 날 극심한 숙취에 시달린다.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리며, 너무 어지러워 제대로 걷기조차 힘들다. <멋진 신세계>에서도 비슷한 일화가 나온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 마신 술이 전두엽이 살짝 마비되는 동안 잠시 느낀 행복이 두통과 구토를 동반한 괴로움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과도한 칼로리와 음식까지 섭취했다면 체중계의 눈금에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만 원의 빚을 갚으러 갔다가 오 만원의 빚을 지고 오는 셈이다.


 행복이란, 감정인가? 아니면 육체적 쾌락-(뇌의 자극)인가?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그것이 뇌에 전달되어 전기적 자극을 주는 방식이라면 공상과학영화에서 나오듯 기기장치 안에 들어가서 간접 체험으로 행복함을 느끼며 살면 될까? 혹은 <멋진 신세계>의 '소마'라는 약이 개발되길 바라야 할까?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에서도 뇌의 전기적 자극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행복을 추구하는 인간이 행복을 찾기 위해서 머리에 칩을 심거나 헬멧을 쓰고 버튼을 누르며 살아야 한다는 상상은 전혀 반갑지 않다. 가상 세계에서의 삶은 어떨까? <아바타> 혹은 <매트릭스>에서처럼 캡슐에 누워 살아가는 삶은 과연 행복할까? 우린 행복에 관한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다른 것은 배우려고 노력하면서 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배우지 못할까? 미래엔 우린 누구나 모피어스의 알약을 받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말이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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