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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Jul 15. 2018

아는 만큼 보이고, 보는 만큼 안다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

 배경지식은 태어나면서 자동으로 생기지 않는다. 대부분 배움이란 과정을 통해서 축적된다. 배경지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직접 경험'이다. 들은 이야기나 읽은 이야기보다 직접 겪는 일이 더욱 강렬하게 남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어떤 식당의 메뉴를 이야기할 때도 블로그에서 본 사람보다 직접 먹어본 사람의 의견을 더 신뢰하는 것도 비슷한 이치다. 하지만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무한하지 않다. '직접 경험'만으로 배경지식을 쌓는다면 그 양이 많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지식인들은 독서를 권한다. 그들은 독서가 배경지식을 쌓고 자신의 견해를 갖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란 사실을 알고 있다.


 나이가 들수록 놀라움은 줄어든다. 죽는 날이 다가온 사람에겐 지구가 멸망한다는 소식도 놀랍지 않다. 어릴 적엔 사소한 일에도 많이 놀랐다. 우와 우와. 소리치며 신기했던 많은 일들이 이젠 그저 그렇다.

 어릴 적에는 관심사 이외에는 감동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음악, 무용, 피겨 스케이팅, 스포츠, 그림, 글 그리고 풍경. 그저 지나가는 그림이었고, 장면이었다. 그런데 요즘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 무용을 보고 눈물이 나기도 하고, 멋진 음악에 맞추어 연기하는 피겨 스케이팅에도 전율이 흐른다. 실수를 하고 넘어지는 선수들에게도, 타인에 의해서 피해를 본 선수에게도, 항상 그 자리에 있었던 풍경에서도. 무용가의 동작을 보며 저 동작을 소화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을까? 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 어떤 일을 했을까? 0.01초를 앞당기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렸을까? 그냥 눈물이 난다.


 독서가 내게 선물로 준 것은 배경지식뿐이 아닌 것 같다. 책을 통해서 한 사람의 인생을 만나기도 하고, 우주에 다녀오기도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도 있고, 생명 윤리에 관해서 배우기도 한다. 혹은 과거를 여행하는 즐거움을 누리거나, 다른 세상을 엿보기도 한다. 무엇보다 그런 것들이 모여서 새로운 관점을 만들어준다.


 새롭게 만들어진 관점은 보이지 않던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물론 굳이 알고 싶지 않은 사실까지도 알아버리는 불편함이 동반할 때도 있다. 아마 '모르는 게 약이다.'라는 속담은 그런 이유로 나온 것 같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아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많이 알면 많이 보인다는 사실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혹자는 모르고 사는 것이 편하다고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에는 정답이 없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얻고 싶다면 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그리고 한 번 만남이 열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매우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나려면 나도 역시 '만나고 싶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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