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 속에 산다는 것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단편적으로는 그럴 수 있어도, 지속적으로 그럴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데 다양한 욕망이 존재하는 사람의 마음속엔 '하고 싶은 일'과 '하기 싫은 일'에 대한 번뇌가 끊이지 않는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경우 이것을 참아내는 일'
학창 시절에 잘하지도 못하는 공부를 억지로 하는 일, 돈을 벌기 위해서 억지로 하는 일 등이 그렇다. 경영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 때 A로 인하여 포기되는 B가 있을 때, 기회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만약 포기되는 B가 없다면 기회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공부를 예로 들어보면 같은 시간에 다른 무엇인가를 더 잘할 수 있다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하면 된다. 공부가 미래를 위한 준비라고 할 때 다른 무엇인가는 공부보다 더 나아야 기회비용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번뇌하는 이유는 공부를 포기하고 다른 무엇인가를 더 잘할 자신이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연아처럼 스케이트를 잘 탈 수도 없을 것 같고, 박태환처럼 수영을 잘할 것 같지도 않다. 박지성처럼 축구를 잘하거나 추신수처럼 야구를 잘할 것 같지도 않다. 그래서 결국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한다. 돈을 버는 것도 마찬가지일 수도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숙련도에 따라 직업을 선택한다. 수영을 할 줄 안다고 수영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포토샵 프로그램을 조금 다룬다고 디자이너가 되는 것도 아니다. 돈을 벌려면 누군가 자신의 능력에 기꺼이 돈을 지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일자리가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결국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오로지 돈을 벌기 위해서 하는 일엔 고통이 따른다.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는 마음을 지키는 일'
수많은 이율배반 속에서 살아가다 보니 마음을 지키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모든 것을 뚫을 수 있는 창. 모든 것을 막을 수 있는 방패. 이 둘이 만나서 마음에 괴로움을 만들어낸다. 행복하려면 현재에 충실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오늘을 희생하라. 이런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돈을 벌려면 창의적인 일을 하라. 취업을 위해서 스펙을 쌓아라. 꾸준히. 그런데 꾸준히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모순 속에서 마음을 지키며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면서 마음속 깊이 '언젠가는 하고 싶은 일을 꼭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어쩌면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마음을 지키는 훈련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공부라는 끈을 놓지 않는 일로.
행복하게 살려면 현재에 충실해라.
미래를 준비하려면 내일을 위해 오늘을 투자하라.
이렇게 우리는 모순된 진리 속에 살고 있다.
-<다양한 해석이 존재하는 세상>
그나마 하고 싶은 일이든, 잘하는 일이든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마음을 지키는 것은 수월할 수 있다. 타인의 행동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면 마음을 지키는 일은 엄청난 도전이 된다. 마음이 맞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과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은 결과가 매우 다르다.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과 함께 할 때 역시 마음을 지키는 일은 쉽지 않다. 누구나 자신의 관점에서 해석하려는 성향으로 인하여 충돌이 불가피하다. 소통, 배려, 관심, 경청, 관계 등의 단어의 무게가 남달리 무거운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을 지키는 일은 체력이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머리가 좋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감성이 풍부하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은 인내심과 닿아있다. 타인과 함께 일하며 마음을 지키는 일은 기다리고, 지키고, 참아내고, 견디는 일이기 때문이다.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