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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병천 Jun 16. 2018

성과를 올리는 법

마음을 다하여

 성과(成果)란 단어는 '이루어 낸 결실'이란 뜻을 지니고 있다. 결실을 이룬다는 것은 무엇일까?


 회사에서 내가 이루어야 할 성과는 매출을 올려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다. 영업직에 종사할 때는 매월 목표가 주어지기도 했다. 목표를 초과 달성하는 것과 달성하지 못하는 것의 차이를 월급이 알려주었다. 혼자 벌어먹고 살 때엔 적게 받으면 적게 쓰면 그만이었다. 생각해보면 그때가 정말 편할 때였다. 경영자가 된 이후엔 상황이 달라졌다.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회사가 망한다. 회사가 망하면 고객이 불편을 겪는다. 고객의 불편은 불만으로 이어지고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한다. 이러한 사슬(chain) 속에서 매출이란 단어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경영 13년 차. 성과란 단어는 단순히 매출을 의미하지 않는다.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 주문제작형 제품을 만들거나, 사용자 요구를 충족시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에서 고객의 신뢰를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성과를 올리는 일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고객이 필요한 사항을 알아야 한다. 어떤 사람이든 한가한 사람은 없다. 내 경험으론 우리 회사에 일을 맡기는 경우 고된 일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시간을 벌어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시간을 돈으로 환산한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주어진다.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것을 해야 한다. 그 일을 덜어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성과와 직결된다.


 먼저 난 고객의 업무를 관찰했다. 그리고 그 업무가 왜 필요한지 문의했다. 어떤 일은 법의 요구로 인하여, 어떤 일은 SOP(Standard Operation Procedure)에 의하여, 아니면 자신의 업무를 편리하게 하기 위하여 등이 주요 원인이었다. 그래서 난 법, SOP,  고객의 업무를 공부했다. 혹자는 개발비를 그렇게 적게 받고 어떻게 그렇게 하냔 질문을 했다. 돈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고객의 업무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터디를 하며 개발하던 터라 하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소통의 횟수가 대략 400번 정도였다. 그렇게 수행한 프로젝트는 어느 순간 입소문을 타게 되었다. 해당 소프트웨어가 필요한 곳에서는 우리 회사를 가장 먼저 찾는 다고 들었다. 법이 개정되면 다시 읽고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이 없는지 검토했다. 어쩔 땐 감독 기관의 감사 중에 나온 지적사항이 프로그램 개발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IT(Information Technology) 사업 중 주문제작 방식의 S/W(Software) 분야의 사업에도 악순환이 존재한다. 프로그램 개발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의 매출은 프로그램 제작과 유지보수 밖에 없다. 유지보수 비용만으로 회사가 운영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유지보수 금액이 50%의 매출을 차지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수주해서 매출을 올려야 한다. 그러면 인원이 부족하게 되고,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경영자로서의 최고의 고민은 이 악순환의 늪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작은 회사가 유지되려면 매출보다 좋은 평판을 얻어야 한다. 좋은 평판을 얻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위에서 말한 공부와 고민이 필요하다. 때론 손해를 보며 일을 할 때도 있다. 때론 손해로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 어떤 프로젝트에서는 최초 업무량을 잘 못 산정하여 많은 비용이 들어간 적이 있다. 계약은 적은 금액에 한 상태라 추가 비용을 청구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묵묵히 그 일을 해낸다. 이러한 상황을 인정해주고 배려해주는 고객은 분명 존재한다. 분명.


 성과란 것이 매출을 올리거나, 공부를 하는 정도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최고의 성과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 물론 그래서 우리 회사는 돈을 잘 못 버는 단점이 있지만, 다행히 망하지 않을 정도의 매출은 이어지고 있다.


인간은 흔히 작은 새처럼 행동한다. 눈앞의 먹이에만 정신이 팔려 머리 위에서 매나 독수리가 내리 덮치려 하고 있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참새처럼 말이다.
-마키아벨리

 부족한 시간에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보이는 행동, 몇 마디 말로 상대를 인식할 뿐이다. 그래서 한 번을 만나더라도 최선을 다해서 만나려고 노력한다. 소프트웨어 업계에서는 다른 고민도 존재한다. 기술은 정말 빠르게, 무섭도록 빠르게 변화가 진행된다. 기술수명주기가 짧은 업종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하는 것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이들은 저녁시간에 영화를 볼지, 운동을 할지 고민하는 것 대신 '아, 공부해야 하는데.'를 걱정한다.


모든 것이 변한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뿐이다.

 새로 선택한 기술이 트렌드가 되지 못했을 땐 공부한 기간이 사라질 수 있다. 물론 얻는 것도 있겠지만, 무선호출기처럼 사라지는 기술이라면 그야말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성과를 올리는 법을 논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냥 인생(人生)이란 단어와 흡사하기 때문이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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