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카스테라(박민규)
여기 세계 최초로 전생에 훌리건이었던 냉장고와 친구가 된 남자가 있다.
박민규의 화자는 외로움의 화신이다. 외롭고, 외롭고, 외로워서, 그래서, 냉장고와 친구가 된다. 세상은 시끄럽다. 잡히지 않는 소음을 가진 냉장고처럼. 그런 소음 속에서 돌아가는 세상에서 화자만 외로운 존재인 것 같다. 그렇다고 생각한다. 중고 냉장고를 구매하고, 몇 번의 수리의 과정을 거치지만, 냉장고는 그대로 존재한다. 세상이 그대로 인 것처럼. 오히려 수리공이, ‘이제 그만해야 할까 봐요’라고 말한다. 자신이 가진 방법으로 고치려고 해도, 세상은 고쳐지지 않는다. 급기야 화자는 스스로 냉장고에 대해서 알아보려고 한다. 논리적으로, 과학적으로, 공부를 해도 고장의 원인을 알 수 없다. 세상에 대해서 공부를 해도 세상을 알 수 없는 이치와 같다. 어느 순간 그렇게 지독했던 소음도 차차 익숙해진다. 결국 세상은 변하지 않고, 인간이 적응하며 살아간다. 특히 힘없고 외로운 자취생이 세상에 할 수 있는 것은, 정말이지, 아무것도 없다.
나는 늘 불쾌할 정도로 외로웠다.
-카스테라(박민규)
외로움에 외로움을 더하면, 냉장고도 인격(人格)이 된다. 그리고 발언권(發言權)을 갖기도 한다. 화자는 냉장고라도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을까? 외로움의 화신은 냉장고를 통해서 냉전(冷戰)의 시대를 이야기한다. 20세기를 이야기하면, 세계 전쟁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고, 또 싸운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과 현재의 상황을 냉장의 역사는 부패와의 투쟁이라고, 중의적(重義的)인 표현으로 풀어낸다. 냉전 시대의 역사도 부패와의 투쟁이었고, 냉장고의 관점에서 바라본 세계도 부패와의 투쟁이다. 그야말로,
환상적인 냉장시대.
유병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