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수상록

완전체

모든 것은 타인의 잘못 혹은 환경 탓

by 유병천

젊은이들 사이엔 '완전체'라는 말이 오간다. 완전체란, 너무 완벽해서 흠잡을 데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을 지칭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무조건 옳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지식의 크기가 작으면 상대적으로 모르는 것의 크기도 작아진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작은 원의 작은 둘레처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맞닿는 부분이 작기 때문에 많이 안다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완전체의 특징은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이 엄청나게 잘났다고 생각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들은 뉴스나 신문 혹은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서 하는 말을 절대적 진리처럼 맹신하는 경우가 많다. 기사들은 단지 소식을 전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많다. 그리고 이들의 특징 중 하나는 주변 사람을 잘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만 필요할 뿐이다. 진심으로 조언하는 사람이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이야기를 해주면 ‘이 사람 나한테 왜 이래?’ 이런 말을 한다. 그런 사람이 주변에 많으면 ‘다들 나한테 왜 이래?’라고 말한다.


완전체의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기 합리화'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외부의 핑계를 찾아내려고 하고 자신의 문제를 회피한다. 모든 문제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있거나, 타인에게 있다고 여긴다. 완전체는 자신이 완전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오히려 타인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좋은 인간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닫힌 사고로는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거나 헤아릴 수 없다. 혹시 자신이 완전체인가 궁금하다면 주변을 돌아보면 된다. 많은 사람이 닫힌 사고의 사람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주위의 사람들이 자신을 피한다면 닫힌 사고 때문일 확률이 높다.


주변에 사람이 떠나고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면 스스로 고립되거나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선다. 가끔 보는 사람은 내면을 알 수도 없고,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눌 필요가 없기 때문에 친절한 척만 하면 된다. 몽테뉴가 말하듯 사람을 이해하려면 일상을 함께 해야 한다. 그래서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이 가장 자신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다. 주변 사람의 진심 어린 조언을 새겨야 할 필요가 있다는 글에서도 이와 유사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열린 사고'는 '자기 인식'과 연결되어 있다. 탁구를 배울 때 코치마다 표현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결국엔 같은 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세를 바로 하고, 공을 봐야 하며, 풋워크를 많이 하란 이야기다. 내가 본 대부분의 초보 탁구동호인들은 코치가 알려준 대로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경직된 자세로 공도 끝까지 안 보고, 다리는 땅에 못을 박아둔 듯 서 있는데 말이다.


인간의 뇌는 좋지 않은 상황을 털어버리려고 하는 본능이 작용한다는 말이 있다. '이만하길 다행이야.' '최악을 면한 게 어디야.' '액땜을 한 거라 생각해야지.' '난 최선을 다했어! 운이 안 좋은 거야.' 사실 이러한 뇌의 기능이 없다면 인간은 매우 곤란한 상황을 고통스럽게 견디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완전체라고 불리는 사람에겐 이러한 기능이 특별하게 발달한 것이 아닐까. 다양한 자기 합리화의 방식을 가지고, 무수히 많은 핑계를 생산해낸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름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를 찾아내기도 한다. 조금 적극적인 경우엔 억지 공감을 구하며 타인을 설득하려고도 한다. 설득이 안 되는 경우 상대를 비난하는 경우도 있다. 아니면 자기 비하를 통하여 공감을 얻으려고 하거나 신세한탄을 하는 경우도 있다.


유재석과 이적이 부른 '말하는 대로'라는 노래가 있다. 유재석 자신의 경험을 가사로 만들었다고 한다. 유명하지 않을 때 유재석이 엄청난 높이에서 번지점프를 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신의 나약함을 벗어버리듯 힘차게 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고치를 뚫고 나오려는 나비나 껍질을 깨고 나오려는 병아리처럼 자신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떤 과학자의 실험처럼 나비가 쉽게 나올 수 있도록 고치에 흠집을 내준 경우엔 밖으로 나와도 날지 못하는 나비가 되어버리면 안 된다. 완전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결국 스스로 자신의 생각의 벽을 뚫고 나와야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대하든 그게 무슨 소용이야. 네 마음속에서 이미 너를 거지라고 생각하는 걸.

어린 시절, 자신감이 부족했고 경험도 부족했다. 가난한 집안을 탓했고 외국으로 유학 간 친구들을 부러워했다. 무엇보다 마음의 공부가 부족한 탓이리라. 스스로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친구의 한 마디는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유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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