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떠남으로 시작하지만, 돌아옴으로 완성된다.
떠날 계획을 구체적으로 짰으니,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계획을 세워야 했다.
모든 것을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는 ‘단절’이 아닌, 다시 돌아오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안식년’ 이니까.
돌아온 후에 자리를 잡기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역시 돈.
적어도 자리를 잡을 동안 3개월은 버틸 수 있을 돈이 있어야 했다.
원룸을 구하고, 보증금을 내고, 집세를 내고, 생활비 지출을 계산해 보니, 3개월 간 필요한 돈은 대략 2000만 원 정도다.
그래서 정착금 2000만 원도 미리 준비해놔야 한다.
그리고 수입원.
돌아와서는 다시 트레이너 일을 이어갈 예정이다.
내가 가진 자격증, 학력과 경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니, 떠나기 전에 주변에서 자신의 센터를 하고 있는 지인들에게 내 사정을 이야기하고, 돌아와서 센터를 차릴 돈을 마련할 때까지는 다시 직원으로 일을 이어갈 생각이다.
최악이라고 해도, 수입을 어느 정도 내려놓고 일자리를 찾으면, 밥은 굶지 않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내가 가진 지식이나 경험이 어디 가진 않겠지만, 몸은 안 쓰면 녹슬기 마련이다.
돌아왔을 때, 바로 현장에서 다시 일할 수 있도록 몸은 관리해야 했다.
그래서 파리에 가서도 운동 능력은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꾸준히 관리하는 것도 돌아오기 위해 중요한 미션이다.
또한, 온라인으로도 어느 정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시도해보려고 한다.
내가 가진 운동지식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이야기로도 수익이 될 수 있을지 모르니, 내 이야기도 글로 써서 알리려 한다.
이렇게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벌 수 있는 돈이 생기면, 유학자금 마련과 유학 중의 생활비에도 조금은 보탬이 될 것이다.
실현이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는 온라인 수익은 제외하더라도, 목표 금액에 도달하려면 모아둔 돈까지 포함해서 약 2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
운이 좋아서 내가 온라인에서 하려던 일이 잘 풀리면 1년까지 단축될 수도 있지만, 그건 운의 영역이니 크게 기대하지 않으려 한다.
운이 좋으면 1년, 늦어도 2년이면 별문제 없이 준비가 된다.
2년 동안의 준비와 2년 동안의 떠남.
이 모든 여정이 끝나면 이제 40살이다.
돌아올 계획까지 제대로 세워두고 미래를 착실하게 준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따지고 보면 그냥 가정도, 자녀도, 모아둔 돈도, 직업도 없이, 40살이 되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쓰고 보니 참 대책이 없긴 하다.
그래도 숨만 붙은 40살이 아닌, 한숨 한숨을 깊고 충만하게 쉬며 살아가는 40살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과거도, 미래도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현재에 몰입해서 살아갈 수 만 있다면, 2년 후 50살이 되더라도 나는 떠나고 싶을 것이다.
결혼과 자녀, 안정적인 미래에 대한 환상을 내려놓으면 내 두 손에 남는 건, 넘쳐나는 시간과 조금의 활력, 그리고 희망이다.
그러고 보니 내가 움직이는 것에는 거창한 이유가 필요하진 않는 것 같다.
지금 있는 여기가 불편하니, 저기로 한 번 가보는 것뿐이다.
저기도 똑같을 수 있지만, 그래도 지금 만족하지 않는 다는 건 확실히 알고 있으니까.
그래서 움직여보려 한다.
저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