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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May 15. 2022

가로가 돈다

낮의 길이가 길어지니 거리의 시민들 표정도 밝다.

제아무리 편한 곳이 집이라도 외출 본능이 강한 게 인간이다.

나오라 하면 처박히고 가만히 있으라 하면 몰래 나간다. 

개굴개굴~


검단에는 산이 많다. 산골짜기의 붉은 내장을 파헤쳐 집을 짓고 있다.

금정산(뱀산, 배미산으로도 불림)에 전철을 위한 터널을 뚫고

만수산(당하산, 대봉산으로도 불림)에는 소방서를 짓고 있다. 

물이 많다는 뜻으로 인해 소방서의 터로 결정된 건 아닌지 모르겠다.

풍선에 물을 넣고 송곳으로 구멍을 뚫으면 풍선 분수가 되는 것처럼

검붉은 검단의 땅 분자는 파헤쳐져 현재 이리저리 뛰고 튄다.


장벽을 만들어 놓았다. 재활용인지 이전에 활용한 티가 난다.

일부러 돌려놓아 어떤 내용인지는 읽지 못한다. 

그러면서도 자꾸 읽어 보려고 고집을 부리게 된다. 

내용이야 멋진 공간을 짓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고 기대해 주시라는 것일 테다. 

안쪽을 차단하고 바깥을 구분하는 안전 펜스가 기이하면서도 불안하다.

어느 별에서 떨어진 운석 장벽일까?


든든한 동반자 혹은 편안한 미래가 보장된다는 검단의 생활이 

돌다 돌다 

만수산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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