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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May 29. 2022

시력

더 멀리 보는 세상이다.

지구에서 갓 튕겨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의 성능이

정교하게 짜인 인간의 눈을 대신하며 상상을 넘나드니 말이다.   

세상에 끝이 있다면 빨리 나타났으면 좋겠다. 

많이 보면 피곤한데 더 이상 안 봐도 될 일이니 말이다. 


우스갯소리로 뒤통수에도 눈이 달렸다고 한다.

현대는 매일 관찰당하는 시대이며, 그 결과로 자료가 중요한 증거로써 

활용된다.

법정에서는 과학에 의거한 증언이 중요하고 

여러 효과와 부작용 사이에서 마찰이 잦다.

도심과 건물 곳곳에 시력 좋은 카메라가 포진되어 있다.

인간은 두 개의 눈으로도 모자라 인공의 눈을 통해

좀 더 멀리 그리고 좀 더 많이 보고자 안달이다.


거리를 지나다 무심코 올려다본 전봇대 꼭대기에서 

검은 눈동자가 반짝였다.

게슴츠레한 볼록함으로 주변을 탐색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봇대를 이용한 것이 놀랍다. 

카메라 한 대 설치한 것 치고는 기둥이 육중하다.

임시라는 생각이지만 오죽했으면 하는 거북함도 잠시 들렀다 간다.

멀리 낮달의 뒷면 기지국으로 정보를 송신하고 있기라도 하듯이

정보를 나르는 전선은 매우 팽팽하다.


시력이 좋아지는 방향으로 기술은 느는데, 

정작 나의 눈은 왜 자꾸만 침침해지는지 모르겠다.

과학을 입혀야겠다. 돈을 발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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