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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Jun 06. 2022

올챙이를 따라가시오

하늘에서 뚝 떨어졌다면 두리번두리번.

집 밖으로 나가도 두리번두리번.

원하는 장소로 가기 위해 찾아야 하는 기호, 고대하는 그림.

우리가 화살을 따라갈 순 없지만, 끊임없이 화살표를 찾는 행위.

그렇게 뾰족함에 안도한다. 그때서야 몸의 이동이 시작된다.


왕길동에는 파란 지붕의 공장과 오래된 부락이 혼재되어 있다.

인근 당산에는 400년이 넘는 소나무도 있어 터의 이력을 대신한다.

지금은 기와 얹은 집들이 누렸던 기세가 땅으로 고꾸라져 가는 형국이다.

날은 청명하지만 그럴수록 그늘이 되어가는 풍경에

마을의 역사가 다급해졌다.


마을에 남아 있는 집은 오히려 의문일 정도로 궁금해진다.

그 궁금함을 해소하려고 마을의 좁고 굽은 도로를 따라가다가 

사람들은 화살표를 발견한다.

아이의 낙서가 아닌 어른들의 서툰 화살표를 주워 담아 가보면

칼칼한 맛 하나 가부좌 틀고 있을 것이다.

올챙이를 따라가면 엄마의 밥상이 차려져 있다.  

시간이 달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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