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만나게 되는 것들에 경의를 표한다.
개중에는 질서 정연한 것들에 반하며 슬며시 자신의 존재를
노출하는 것이 있다.
이도 저도 아닌 것처럼 모두가 등한시하는 것 말이다.
오히려 해를 입히는 악의 꽃으로 간주해
짧은 시간 나타났다 제거되는 일이 빈번하다.
도시엔 직선과 각도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강하게 배어 있다.
때때로 이러한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이 과해지면
멸시와 조소를 섞은 대화를 유발하기도 한다.
공사장 펜스는 하얀 캔버스다. 그래서인지 하얗지 않은 모습은
그림처럼 다가온다.
건물이 다 지어질 때면 하얀 캔버스 위로 장소의 추상이 완성된다.
실제론 부서졌지만 까만 두 눈망울처럼
세상에 겁먹은 생명체가 용기 내어 눈을 떠 본 것처럼
어떤 긴장의 결과인지는 모를 파란 눈물의 경직까지.
빼꼼히 나와 있는 구리 전선은
끊어질 운명이기도 하고 더 빼어날 수秀로 잡아당겨질 수도 있다.
어른들에게는 커터가 필요할 것이고
아이들은 호기로운 놀이로 받아들일 것이다.
빼꼼히 나와 있는 것들은 대개 앙증맞다.
그래서 만져보고, 멈춰서 더 보기도 하고, 뒤돌아 인사를 건네게도 된다.
구석지게 음침한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당신이라는 생각으로 웃어는 보는
오늘의 날씨다.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