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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광식 May 22. 2022

어느 돌멩이의 밤

이동 본능이 없었다면 정말 재미없는 세상이었겠다.

우리는 끊임없이 싸돌아 다니며 변형된 무언가를 발견하고

어제의 위치 어딘가를 반드시 뒤바꿔 놓는다.

아무리 집돌이 집순이라고 해도 

3.5m 줄자가 미치지 못하는 길이를 끊임없이 기대하고 모험한다.

밤거리를 걷다 보면 보이는 것이 수천 가지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혹은 변형된 모양들이 다른 의미와 이야기가 되어 

낯선 만남을 조장한다.

간혹 잠든 사이에 물체들이 자신의 위치를 조금씩 바꾸고 있을 것이다.


갓 태어난 송아지를 본 적이 있다.

송아지는 세상의 호흡에 적응하기 위해 자꾸만 네 발로 서려고 한다.

처음이라 잘 서지 못하지만 몇 번의 무르팍 아야를 당하면서도 

일어서려고 한다.

입에 하얀 거품을 물고 가쁜 숨을 내쉬면서 말이다.

네 다리로 일어서서 처음 하는 일이 엄마 소에게 가는 것이다. 

엄마 소는 혀로 핥아준다.

이사하는 일이 첫발을 떼는 송아지와 다르지 않다.

향후 무겁고 거친 부침을 견뎌내야 함은 숙명과도 같고 말이다.


먼 하늘, 먼 산에서 바라볼 때 

검단은 하나의 커다란 돌산으로 대표될 수 있다.

허나 급하게 준비한 것에는 부실이 잠재되어 있듯, 

결코 완벽하다고 할 수 없다.

다닥다닥 위아래 양옆으로 사람들이 살지만, 

누구 하나 서로 알고 지내지 않는다.


그저 피해 주지 않을 호흡만 지닌 채, 피해 사는 공력을 키워가며 살 뿐이다.

사실 거기에 도시의 편의가 있고 기댄 바 없는 도시의 삭막이 교차한다.


돌멩이 하나가 얹힌 플라스틱 테이블을 보자마자 깊이 숨을 내쉰다.

가련한 모습일지언정 우뚝 서 보려는 송아지, 나, 도시가 하나 다를 게 없다.

처음에는 빈약하고 아슬아슬하지만,

선사의 시대가 함께하는 육중한 무게감이 간결하게 표현된 모양이 재밌다.


그런데 검단의 주인이 박 모 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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