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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퍼덕

by 유광식

연말연시.

이제는 종소리도 챙겨 듣지 않고 가볍게 넘기기 일쑤다.

그렇다고 우쭐대면 안 되겠는데 주변을 돌아보면

나이 들어 정신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지르는 경우가 많아 종종 놀란다.

간혹 좋지 않은 인상의 소식을 접하기라도 하면

양손에 인생을 들고 평균대 위에 선 기분이랄까.


올해엔 이제껏 경험해 보지 못한 경기침체 즉 스태그플레이션을

주의하란다.

새해 벽두부터 한 해의 일이 잘 풀리기를 비는 것이 순서일진대,

초대하지 않은 소식부터 떠안게 되니 다리에 힘이 풀린다.


어느 야외 테이블이 돌(집)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폭삭 내려앉았다.

굴복의 형태가 있다면 이런 모양일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집값이 언제부터인가

거품이니 하품이니 폭락하더니만

기생충 같은 빌라왕(?)을 수면에 노출하기까지 했다.


손아귀 힘이 풀리고 허벅지 안쪽 근육에 경련이 일어

그만 주저앉았을 것이다. (부러지진 않았다.)

만에 하나 집 문제로 무릎이 접히게 되면

만수산 흑토끼(癸卯)를 찾아 그 연유를 따져 물을 것이다.


이 순간에도 철퍼덕 소리에

몇 집이 꺼질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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