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는
이미 많은 혜택을 받았다는 깨우침이다.
또한 보이지 않는 것들이 꽤 많이 존재하며,
겪어 가야만 하는 것들도 정말 많다는 것이다.
각자마다 수명이 정해져 있다고 가정해 볼 때
이를 깨닫고 난 이후부터는
생의 시간에 쏟아부어야 할 정례적 활동으로 인해
나머지 일까지 어떻게 하면서 살겠냐고 투정하곤 했다.
그렇다고 무얼 딱히 하는 건 아니지만.
크게 가진 것 없이
크게 가질 생각 없던 나였지만
‘거주’라는 수능 문제를 마주했을 땐 진지해질 수밖에 없다.
때마다 다른 공식을 써야 하는데
그 시기를 알기도, 섣불리 나서기도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부터는
보지 않고 살아가려 했던 주변 도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의 외양은 물론이거니와 공간 및 정책, 금융 등을 수련하게 된 것이다.
알면 알수록 재미있을 수 있는데
모두가 (다는 아니고) 불나방이 되어
억세게 어디론가 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인간의 재주가 이거 하나 해결하기도 벅차다는 이유가 크다지만
가진 만큼의 셈법이 따로 있듯이
쏟아붓는 열정에 더해 흐르는 땀방울이 괜시리 짠하다고나 할까?
분명 어느 빌라의 이름일 테지만
‘둥지’라는 단어는 언제 읽어도 찡한 마음이다.
새들이야 이동하며 당연히 마련하는 집이지만,
인간에게는 얼마나 매섭고 초조한 문제인지 안다.
이제 당신의 ‘둥지’에 잘 도착했으니
한 문제 뒤끝 없이 잘 풀어낸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