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인의 SNS 친구 목록을 훑어보다가
내가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는 사람들의 사진 미소를 떼어 한데 모으면
순도 높은 함박웃음이 될까? 상상을 한다.
개개인으로 보자면 모두가 순박할 따름이나
관계로 다시 보면 전장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어떤 연유로
관계를 짓고 관계에 상처 입고 꿰매는 작업을 지속하는지 모르겠다.
20대에 올려다본 선배들은 분산되고
30대에 지켜보던 주변 사람과는 싸워 배제되고
40대에 챙기는 가족과 친구 정도로 나의 관계는 성치 않다.
오랜 세월 가게를 운영하는 점포 옆에 섰다.
평소 주민들은 각자 식료품점 하나둘 정도를 삶 속에 고리 걸어 두고 산다.
저녁이 될 때쯤 단골로 보이는 한 아저씨가 주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기껏해야 물건 이야기겠지 싶은데 (장소가 주는 이유)
서로의 안부를 묻는, 상품 외의 이야기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서로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짧은 시간을
서로가 흔쾌히 허용하는 것이다.
고르지 못한 상점의 조도야말로 하루의 수고를 뒤로한 채
집으로 향하는 길목을 비춰주며 마음에서 눈부시다.
두 분의 거리와 시간이 참 좋다.
서로서로 존중하는 관계의 장면으로, 맛있는 시간이었을 테다.
모두는 관계에 빚을 지고 사나 싶다.
(빚지고 못 산다는 말은 거짓)
두 분 사이 아래
콜라보 아닌 ‘콜라비 1,000원’
검게 반짝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