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봄이다.
이 시점엔 우주 만물의 이치를 물어뜯기 바쁘다.
만물이 뛰쳐나오는 시즌이니 물꼬를 잘 터야 하는 것이다.
지난날 우리는 내심 원하면서도, 들이치는 광선을 막으려 커튼을 치고
이웃 건물의 시선을 신경 쓰며 시트지를 붙이기도 했다.
자동차 유리는 대부분이 까맣다. (안을 볼 수가 없다.)
공사하기 딱 좋은 계절일 테다.
때론 울타리의 여부로 공사 공정을 점쳐 보기도 한다.
준공과 더불어 입주 흐름도 많은데
입주 시기와 겹쳐 여러 부대 업체가 돌아다닌다.
마치 전세버스 하나 빌려서 이 단지 저 단지로 공사 수주를 받으러 다니는 소풍처럼.
인터넷, 커튼, 청소, 정수기, 도어록 등…
부르지도 않았는데 다녀간 듯 현관 문틈에 명함이 꽂히고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단을 훑어보고 있는 나를 느낀다.
최근 가까운 가족이 이사 후 블라인드를 알아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꼭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나면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꿈에서 한번 소재로 등장하거나 현실에서 상호가 눈에 띈다.
공사장에서 탈출하려다
포인트 벽지처럼
살다 죽은 척 하는군.
검정 야채튀김을
한입 베어 물면 어떤 맛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