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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꾸미기

by 유광식

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유심히 보면

일방통행 도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불가역의 영역으로, 한번 들어서면 그냥 가야 하는 경우다.

그 많은 물건과 사람들이 뒹굴며 만들어 내는 도시의 모양이야말로

되돌아오기 어려운 ‘일방’이라는 사실이 가끔은 서럽다. (분명 찬란하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숨은그림찾기를 한다.

누군가 휙! 하고 나타나 문제를 낸 것도 아니고

일간 신문의 낱말 맞추기 단짝 코너인 숨은 그림을 찾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저 내 상식의 도화지에서 색칠이 되거나

변형(오염)이 되거나 생경하게 탄생하는 사건들이 고맙기 때문이다.


외계인은 아니었을 테지(그렇게 믿으며).

새로이 공사가 판치는 지역을 탐색하다가

목을 축인 후 배경을 남기지 않으려고

일회용 컵을 도로 방호벽 홀더에 절묘하게 꽂아 두었다.


방호벽 홀더에 걸터앉은

파란 빨대와 펜스의 동그라미, 네모 녀석들이

왠지 모르게 편안한 시선을 주고받는 것처럼 비치는 건 왜일까?

아직 포장되지 않은 거친 보도가 가로막고 있는데 말이다.


아무도 모르게 포장된 모종의 시선!

도시를 꾸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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