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돌아가는 모양을 유심히 보면
일방통행 도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불가역의 영역으로, 한번 들어서면 그냥 가야 하는 경우다.
그 많은 물건과 사람들이 뒹굴며 만들어 내는 도시의 모양이야말로
되돌아오기 어려운 ‘일방’이라는 사실이 가끔은 서럽다. (분명 찬란하다.)
걷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숨은그림찾기를 한다.
누군가 휙! 하고 나타나 문제를 낸 것도 아니고
일간 신문의 낱말 맞추기 단짝 코너인 숨은 그림을 찾는 건
더더욱 아니다.
그저 내 상식의 도화지에서 색칠이 되거나
변형(오염)이 되거나 생경하게 탄생하는 사건들이 고맙기 때문이다.
외계인은 아니었을 테지(그렇게 믿으며).
새로이 공사가 판치는 지역을 탐색하다가
목을 축인 후 배경을 남기지 않으려고
일회용 컵을 도로 방호벽 홀더에 절묘하게 꽂아 두었다.
방호벽 홀더에 걸터앉은
파란 빨대와 펜스의 동그라미, 네모 녀석들이
왠지 모르게 편안한 시선을 주고받는 것처럼 비치는 건 왜일까?
아직 포장되지 않은 거친 보도가 가로막고 있는데 말이다.
아무도 모르게 포장된 모종의 시선!
도시를 꾸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