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곳에 오래도록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가도
떠나는 행위도 인간 본성이라는 생각으로 다시 잡혀 온다.
우리는 자주 이사 퍼포먼스를 연다.
집이라는 네 귀퉁이, 부피는 커지고 무거워져
밑에 바퀴 넣어 새로운 방위를 부여하는 의식 말이다.
얼마 후 또 이사다.
요새는 디지털 이사도 많다.
사이가 좋은 건지 회사끼리는 결합하면서
기존 ‘홈’ 서비스를 종료한다는 계고장을 자주 발견하며
깜짝 놀란다.
개인 홈페이지 옮기는 것을 쉽게 볼 일이 아니었다.
도로 한편에 화물 트럭이 한 대 세워져 있다.
지나가면서 자주 보는 새 차인데,
공사 현장을 가린 가림막과 어우러지는 모습에 순간 마음을 구부렸다.
설령 대형 면허라도 있다면 탈취해서 가져가고 싶은 화물이다.
최근 전세사기 일당 때문에 공들여 쌓아 왔던 주거가 무너지고
스스로 되찾기 어려운 선택을 하는 걸 보면서 발끈한다.
장난 같지만, 이 트럭을 바로 보내 태워올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