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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바다

by 유광식

날씨 맑음. 오란씨 캔 하나가 풀숲 사이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전동차는 정시에 미끄러진다. suitcase를 굴리는 여행객들이 잔잔한 파도를 일으킨다. 먼 산에 구름 모자가 걸리고 까마귀는 연신 꺅~! 신이 난다. 노란 차를 탄 젊은 여자가 도로주행 연습 중이고 공원 살구나무는 가지를 흔든다. 잠시 흰나비의 곡예를 훔친다. 고추잠자리의 빨간 몸은 어쩌면 그리 가을을 닮았는지 윤기가 흐른다. 저녁에 카레를 먹을 생각에 잠시 기뻐하기도 했다.


2023.8.24. 오늘 J 녀석이 결국 일을 냈다. 지구는 좀 더 암울해졌다. 격렬한 로켓 발사로 달나라 토끼도 걱정되지만 마침 한강을 바라보며 바닷속으로 시린 마음을 담갔다. 매서운 눈초리를 녹슨 논리 가위로 잘라가며 외면해도 너의 미래가 오는 게 아니라고 바보같이 외치고는 물 밖으로 나온다. 물(후쿠시마 1원전 오염수)이 바다를 이루던 날, 살얼음에 입술을 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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