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산 소방서 앞에 우산 하나가 드러누웠다.
목이 마르는지 물어도 봤다. 저리 비키라는 눈치다.
누구의 소행인지 나자빠진 모습이 처절하다.
이곳 고갯마루는 올라오는 차량과 내려가는 차량 모두
쌩쌩 달리는 구간이다.
길가에 무엇이 움직이든 일반적인 풍경으로 강제 흡수된다.
지방에서 올라와 검단의 쓴맛을 본 우산인가?
연인 간 싸움으로 애꿎게 패대기쳐졌다거나
만수산 멧돼지가 옥수수인 줄 알고서 먹고 뱉었을지 모를 까닭들이
씽씽 달린다.
사람들은 알까?
비 오던 날 외출했다가
만수산이 하마처럼 물을 잔뜩 마셔버리는 바람에
갑자기 할 일이 사라져 하소연했는데
말은 자동차 소음에 덮이고
늦더위에 웃통을 벗고 자다 그만 말라비틀어져
인생 풀어헤친 사연을 말이다.
희한하게도 풀꽃 못지않은 꽃이 되었다.
만수산에 하얀 우산꽃이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