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지 않겠다고 으스대는 전신주 하나.
뽀얀 장딴지에 거머리처럼 찰싹 붙은 통신선.
어떤 아이가 홧김에 내던진 수박바를 닮은 라바콘 하나.
검단 ‘교차로’와 한솥밥을 먹는 ‘김포생활’.
잡초만으로도 가상한데 자기 인생 다 꾸며 넣은 나무 한 그루.
밤에 나무를 헤집고 나서는 이가 있더라도
다음날 나무가 좀 더 자랄 것임을 안다.
그나마 푸릇함이 이 장소의 간판스타 격이고
정말 다행인 것은
나뭇잎 사이로는 보이나 미치지 못한 행정!
이들에게는 불볕더위에도 절대 흐트러지지 않는 의리가 있다.
더위 사냥이 급하지 않고 함께 쑥덕거릴 친구로서
서로 장소를 지키는 건 아닌지.
건널목을 건너던 원피스 입은 젊은 여성은
검은 아스팔트 바닥에 자꾸만 하얀 침을 쏘아 뱉는다.
이런 장면쯤이야 흔히 접하는 사물들이다.
오늘도 사랑스러운 사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