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당초 가진 거 없고 뒷배도 없다면
튀지 않게 조용히 천천히 지낼 노릇이다.
이 태도만으로도 놀라우리만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작은 화면(모바일) 속이나 바깥의 큰 화면(산책)에서 중계되는
세상을 관망하기에도 바쁘다.
두 밤 자면 이사다. 이사는 해도 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하나하나 점검하며 차곡차곡 물품을 잘 챙기고 있는데도
마음이 불안한지 불리한지 안절부절못함을 감출 수 없다.
몇 시간 안에 일어날 스펙터클한 폭발에 긴장되는 모양이다.
월요일 아침 출근 대열에 안면을 깐 후 짐을 얹어야 한다.
키우는 고양님들 이동을 먼저 살펴야 하고 초라한 가재도구를 포장한 뒤
숫자로 믿고 보는 고액을 가상 골대에 정확히 넣어 줘야 한다.
앞서 혼인 신고도 마쳤다.
또한 그날 저녁은 뭘 먹을까 하는 고민의 빗장을 풀어야 한다.
에라이 짜장면이나 먹지, 라는 생각에 지그시 윙크를 보낼
중화요리 사장님 모습을 물리고
다른 음식으로 든든하게 먹고도 싶다.
가는 날이 장마철이라 비 소식이 귀엽게 바짝 따라 붙는다. ‘고놈 참!’
검단신도시는 원당동을 감싸듯이 집들이 배치된다.
논란의 저 아파트를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하게 될까?
광주의 어떤 아파트처럼 궁둥이를 붙일 새도 없이
1,666세대 모두 허물게 된다는 점에서
현대의 특정적 점유 사물이 되고 말았다.
사물에도 감정이 있다면 이 아파트는 지금 너무 억울할 것이다.
멀뚱멀뚱 키만 자랑하다 사라질 처지다.
이름(안단테, andante)대로 간다는 말이 있던데.
단, 느리게 가려는 판단은 정치적으로 매우 재빨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