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으로 보이는 목재 꾸러미는 언제부턴가 보도 옆에
팽개쳐져 있었다.
곧 치워지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자리 그대로다.
겨울이 되면 희소성이 살아날런가?
가을의 정취치고는 모자란 게 한둘이 아닌 모습이다.
누군가의 누더기처럼, 작은 보트다.
그러던 중 가을비가 내렸다.
검정 우산이 보트 옆에 누워 있었는데
손잡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다음 날 우산은 선장과의 대화가 잘 되었는지
배에 승선해 있었다.
누군가 보행자를 위해 올려두었을 것이지만 쓸모가 없었는지
새 주인을 만나는 데는 실패했다.
이 점이 효과를 발휘했는가도 싶다.
다음 날엔 손잡이를 대신해 별빛청하 빈 병 하나가 손잡이 자리에
몸을 뉘었다.
기막힌 우산이, 미사용 우산이 탄생하던 순간이다.
아니다.
누군가의 밀항이 성공했다.
별이 빛나던 지난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