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무에
장미 줄기가 빨강 노끈에 동여매어졌다.
단지 주민의 장미 사랑 한 움큼 리본이 말해 주는데,
마시던 수박 주스에서 방금 탈출한 건가 싶었다.
운동화 끈을 매거나
선물 보자기를 싼다거나
전시 액자를 넣은 상자를 묶거나
종량제 봉투를 버리기 직전 혹시 개봉할 수 있게 묶어 둔다든지
큼지막한 장바구니가 벌어지지 않도록 손잡이를 임시로 묶을 때마다 멈칫댄다.
연말쯤 신세계백화점 전체를 묶는 대형 리본까지는 아니어도
나는 지금도 리본을 예쁘게는 매지 못한다.
장미는 갑갑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화단 밖 행인의 보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려고 잠시 어깨를 토닥이는
혹은 이불 팽개치고 이상하게 자던 이에게 똑바로 자라고 한마디 건네주는
정겨움이 묻어난다.
졸지에 못생긴 나무만 '에헴~' 머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