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현동, 2024
전시했던 장소가 없어지면
내 일이 아니어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다.
그렇게 사라진 장소는 내 머릿 속에서 둥둥 떠다니는 유령이 되고
그 장소에 새로 생긴 제목들은 기대에 못 미쳐 실망스럽다.
하루 12시간, 미용실의 영업시간이 놀랍다.
주방이모를 모신다는 곳의 전화번호(6969)는 수상하고
공과금 고지서가 아닌 정수기 판매 전단이 멍석을 깔았다.
다행히 끌레헤어는 길 건너로 갔다.
대신 건조한 검정 인테리어로 이전보다 더 끌리지는 않는다.
멀리 가지 않은 것만으로도 단골의 원성은 사지 않겠지만
앞발 뒷발 혓바닥 차며 옮겨야만 했던 임차인의 속내는 까맣게 탔을 것이다.
그래도 개인 사정이라고 적지 않고
솔직히 개발이라고 적어 둔 게 마음을 사로잡는다.
(끌레헤어는 복구펌 전문이다.)
곧 미용실에 가야 할 때다.
머리카락 손질은 사는 동안 헤어 나오지 못할 일이다.
이 도시조차 개발헤어에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