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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이는 오후 녘

간석동, 2024

by 유광식

전람회가 끝난 모양인지

수백수천의 물품이 문밖에 쫓겨나 풀 죽은 모양새다.

그나마 종이상자라도 깔고 앉아 있으면 덜하지만

맨바닥에 고꾸라져 얼굴을 긁히고 있다면 아무리 물건이라도 안쓰러울 뿐 아니라

신기하게도 실제 주인의 몽타주를 그려나가게 된다.


한때 주가를 올리던 인켈 포터블이다.

걸어가는 이의 마음을 붙들고 울먹이는 듯

'슬픈 표정 짓지 말아요.' 말이라도 건네주면

두 눈 스피커에서 빵빵거리며 개구리 합창곡을 내어줄 것만 같은 포터블 오디오다.


경칩이라 밖으로 나온 건 아닌지, 객지에 나오면 고생이라던데

금지된 장소에 주차해 놓고 무음을 전파하니

소리꾼 들썩이는 나라임이 틀림없다.


아~ 어제는 inkel

에~ 지금은 in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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