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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

숭의동, 2025

by 유광식

어느 재개발 구역에 새벽부터 비가 내렸다.

주변 공사로 비산먼지가 걱정인데 다행히 오늘은 잠잠하다.

대신 사물들이 눈을 비비다 이때다 싶어 울며 고꾸라져 있다.


하릴없이 카드놀이라도 했음직한 건조한 휴식과

지난 시절의 쫀득함이 이제는 가물가물한 사이

금세 슬퍼지려는 풍경에 새파랗게 질리고 만다.


누가 봐도 자리 펼 곳은 아닌데 물이 들어차니 개운하게 뻗는 개망초들.

심성 착한 참붕어 30마리가 사라진 이 현장에 홍수라도 난 거라면

그들은 살던 곳으로 곧장 꼬리 쳐 갔을 것이다.

이것 참 새벽 홍수(조커)와 찰떡같은 궁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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