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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오징어?

구월동, 2025

by 유광식

아웃렛 입구는 어판장 같은 곳으로

사람들이 쏴쏴 밀려왔다가도 싹 빠지기도 한다.

아웃렛 방범셔터 앞에 상품들이 드러누우면

오징어들이 나타나 사이사이 팔랑팔랑한다.


터미널사거리 아웃렛 앞은

비록 물은 없지만 때를 만난 듯 노 젓는 사람들로 소란스럽다.

안 그래도 폭염특보에 안전문자가 토도독 오는 때인지라

누구는 입 모양이 산이고 누구는 바가지다.


오늘은 오징어들의 춤사위를 볼 수 없었다.

다들 도심을 떠나 산과 바다, 해외로 토끼탈출 했다지?

생각만 하면 짜릿한 자두맛으로

오징어 한 놈이 그새를 못 참고 빤쓰런?


건조하기 딱 좋은 날씨에 바짝 말라버린 오징어 하나가

평소 술 좋아하는 이가 안주 집듯 걷어 갔는지 보이질 않는다.

자칫 빤쓰만 입고 방에 드러누우면 어떤 사람들이 와서 채갈 것처럼 말이다.

이가 안 좋지만 정신 마른, 오징어 한 놈 질겅질겅 씹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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