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로동, 2025
어싱(맨발 걷기)이 유행이라지만
나는 값비싼 데크길을 따라 허리둘레의 몇천 곱 되는 산 둘레길을 걷는다.
요즘은 무장애 길이라고 해서 유모차, 휠체어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놨다.
경품은 없이 산으로 살살 꾀는 것처럼 말이다.
비둘기나 까치, 가끔은 청설모까지 만나는 우리의 앞산, 뒷산, 큰 산, 먼 산.
걷다가 커다란 황새 친구를 지나칠 뻔했다.
황새는 어떤 이유에서인가 나무화석이 되어 있었다.
단단한 참나무에서 부스스 깨어나
'올해 날씨는 너무 더워~'라며 말하려는 걸까?
혹은 자신의 침실이 인간에게 발각되어 화라도 난 걸까?
멀리 가서 뒤돌아보다 산을 지키는 불사조라는 생각에 움찔했다.
500년 주기로 자신을 태워 새로 태어난다는데,
이때 울음소리를 듣는 존재는 모두 죽는다는데,
소리를 못 들었으니 더 살아도 되겠다.
다행히 동네 이름이 불로동(不老洞)이라 안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