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겨울나무일지도

당하동, 2026

by 유광식

양 볼을 스치는 겨울바람이 반갑지는 않아도 짜릿하다.

누구나 한 계절쯤은 좋아할 이유를 매달고 살면서

떨어져 나간 이유를 주섬주섬 모아 쌓기를 반복한다.


어떤 표정, 어느 위치, 누구 이름을 주물럭댄다.

한 해를 시작하는 팔 벌림이 찹쌀볼처럼 쫀득하다.


태평이는 모든 가정의 삶을 이름대로 유도하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짓는 의미가 곧이곧대로 작동하지는 않지만

지팡이 꽂았더니 마을의 큰 나무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듯

그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지금은 볼품없는 작대기 신세지만

몇 번의 계절을 쌓고 쌓으면

따듯하고 자랑스러운 자아가 생의 한복판에서

뻣뻣한 몸놀림으로 디스코 춤을 파닥거릴지도.


바람 따위가 생강을, 아니 딴생각을 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