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집에 살며 잘 먹고 잘 입는 삶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특정 사람들의 전유물로만 생각되었던 명품의 소비가 언제부터인가 20-30 대의 트렌드가 되었고 어린 아이들을 겨냥한 명품 브랜드는 이미 명품시장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생명 유지와 관련된 기본적 활동에서부터 이렇듯 자신만의 삶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소비라는 행위가 빠질 수 있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습니다. 단순한 상품을 소비하는 일은 물론이고 글이나 영상과 같은 매체도 인류 역사상 지금처럼 활발하게 소비되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인류의 문명과 역사 연구에서 ‘소비’라는 주제는 비교적 뒤늦게 주목을 받긴 했지만 소비의 혁명이 가져온 역사를 되돌아보면 소비 만큼 인간 사회 연구에 있어서 흥미로운 주제도 없는 것 같습니다.
매년 기업들과 많은 인플루언서들은 소비의 트렌드를 미리 주도할 만큼 흐름에 민감해야 하기 때문에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 센터의 <트렌트 코리아 2022>와 같은 책들이 해마다 베스트 셀러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트렌디하고 가성비 좋은 제품을 고르는 안목도 요즘에는 엄청난 능력 중에 하나입니다. 같은 가격을 주고도 ‘잘 소비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저 역시도 ‘가격 비교’와 ‘후기 정독’은 기본이고 특정 분야의 소비 안목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핫한’ 주제를 가지고 역사를 공부하는 것도 꽤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설혜심 교수님은 <그랜드 투어>라는 책을 통해 처음 만난 후에 저 스스로 팬이 되어버렸습니다. 곧이어 <소비의 역사>까지 구매 했고 역시나 우아하고 품위 넘치는 이 멋진 역사책에 푹 빠져있습니다.
이 많은 사료들과 풍부한 논의들은 어떻게 다 찾았을까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내용들이 알차게 들어있는데 거기다가 책 표지는 그야말로 아름다움 그 자체 입니다. 안그래도 과도한 저의 책 소비의 욕구를 마구 솟구치게 하는 책입니다.
역사적으로 생산은 신성한 행위이며 소비는 그에 반에 세속적이거나 욕망을 추구하는 행위로 터부시 되었다면 이제는 이제는 잘 소비하는 것이 곧 창의적인 생산이며 일종의 기술과 지식을 요하는 또 다른 자기 표현의 수단임을 인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지난 주에 온 오프라인 통털어 3회 이상 물건을 구입하신 분이라면 이미 소비의 달인입니다. 이왕이면 이 분야에 역사적인 지식을 탑재한 달인이 된다면 좀 더 ‘힙’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