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 머스캣

화려함 보다는 푸근함으로

by 리니아니


샤인 머스캣 이라는 과일이 있습니다. 청포도처럼 생기기도 했고, 작은 초록색 사과가 주렁주렁 달린 것 같기도 한 이 과일이 얼마 전부터 마트 과일코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먹방 유튜버들이 맛있게 먹는 영상이 화재가 되면서 호기심 때문에라도 이 과일이 인기를 끌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문제는 사악한 가격이었습니다. 한송이에 몇 만원씩 하는 과일을 처음 보는 순간 “저 포도는 사먹지 말아야 겠다” 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맛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2-3만원을 주고 청포도 한 송이 사먹을 생각은 들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오늘 웬일인지 마트에 샤인 머스캣 한 송이가 9900원 가격이 붙어있었어요. 사람 심리가 참 묘한 것 같아요. 애초에 한 송에 만원하는 포도라면 혀를 내둘렀을 텐데, “어머, 샤인 머스캣이 이렇게 저렴하게 나왔네” 이러면서 한 팩 사들고 왔습니다. 저보다 오히려 트랜드에 민감한 아이들이 더 반가워합니다.

먹거리도 트랜드가 분명 있습니다. 유튜브가 공중파 방송 시청률을 압도적으로 앞서는 요즘 시대에는 그러한 트랜드의 변화를 더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3년 전쯤 ‘대왕카스테라’가 정말 인기였어요. 동네마다 가게 앞에 줄을 서서 먹던 대왕카스테라를 저도 여러번 사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요즘엔 어디로 다 사라졌는지 그 대왕카스테라를 먹고 싶어도 파는 곳이 없어요. 대신 대만 샌드위치인 ‘홍루이젠’이나, ‘흑당 버블티’가 요즘에는 대세가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 먹어보지 못한 ‘마라탕’도 다들 한 두 번씩 찾아 먹게 되는 인기 음식인 것 같습니다.

겨울철이 되면 전기장판 틀어놓고 이불 덮고 귤 까먹던 정서가 오랜 세월 깊이 베인 저로서는 이렇게 빠르게 변하는 트랜드가 조금은 숨가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박스 든든하게 냉장고에 쟁여두고 아무 때나 부담 없이 겨울철 비타민을 책임져 주던 귤만큼은 이러한 트랜드의 변화에도 묵묵히 세대를 이어가는 것 같습니다. 달콤한 샤인 머스캣이 고급지고 맛있기는 하지만 왠지 샴페인이나 예쁜 핑거푸드와 어울릴 것 같아서 편안한 기분을 선사하지는 않는것 같아요. 문득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화려한 샤인머스캣 보다 귤처럼 푸근한 사람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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